제24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동상(2·28원로자문위원장상)
자유를 향한 투쟁은 미래를 만들어 내었다.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중학교 2학년 김바오민
오래전에 그런 날이 있었다. 84년 전, 우리의 민족을 갈라버린 6.25 전쟁이 휴전되고 7년 전.
각각의 슬픔과 아픔을 미처 다 품어주지 못했던 때. 그때 어느 날이 있었다. 항상 발표하려고 손을 들던 모범생이 발표하던 목소리로, 손을 들던 손으로 거리에 나와 자유를 외친 날, 항상 반에서 웃으며 적극적이던 학생이 길가에 학생들 옆에서 자유가 올 것이라는 희망을 얘기하던 날, 모두를 이끌던 반장이 길거리에서 제일 앞에서 다른 이를 이끌며 자유를 말하던 날, 반에서 가장 빠른 달리기로 모두에게 장난을 쳤던 학생이 길거리에서 뛰어다니며 자유를 알리던 날, 그런 날이 있었다. 우리가 태어났던 그날이. 모두가 학생이었다. 가장 나이가 적던 이도, 가장 나이가 많던 이도, 그 모두가 학생이었다. 교실에 앉아서 연필을 쥐고 있어야 할 이들이 주먹을 쥐고 나아갔고 운동장 대신 길거리를 밟았다. 그런 날이었다. 2월 28일. 잊지, 말해야 할 날짜. 그들이 흘린 눈물은 아래로 흘러 바다가 되고, 그들이 흘린 피가 태양이 되어 우리를 비춘 날, 우리 민족이 다시 태어난 그날이다.
사실 나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알 수 있는 건 언제 일어났고 언제 끝난 지인 정보일 뿐, 그들이 느낀 감정, 그때의 기분, 같이 시위하던 친구가 옆에서 쓰러지고 믿었던 경찰이 우리를 제압하는 것을 보고도 길거리로 뛰쳐나왔던 그들의 감정을 나는 완전히 알 수 없고 느낄 수도 없다. 분명히 간절했을 것이다.
이렇게 떠들고 있는 내게 누군가 그 당시에 태어난 학생이라면 같이 시위에 참여할 것인가. 라고 묻는다면 나는 끝내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시위에 참여한 내게 어떤 결과가 올지 알고 있으니, 아마 불이익을 당할 것이다. 고등학교나 대학에 갈 때 내가 시위에 참여한 것이 알려진다면 입시에 불리해질 것이다. 시위하다 붙잡히면 빨간 줄이 생기거나 회사에 입사할 때 불리해질 것이고 시위하다 경찰에게 맞아서 다치거나 장애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심하면 맞아 죽을지도모르겠다. 왜 나에게 그것들을 걱정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라고, 대답할 것이다. 꿈을 이루기 직전이거나 내가 공부를 잘해서 미래가 밝거나, 그런 것이 아니다. 그저 내일에 하고 싶은 것이 있고 모래에 하고 싶은 것이 있고 1주일 뒤, 1달 뒤, 1년, 10년, 내가 커서 하고 싶은 꿈들이 있다. 그저 그런 것뿐이다. 그저 되고 싶은 것이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나는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달랐다. 그들이 하고 싶었던 것이 없었을까. 아니다. 그들은 꿈이 없었을까. 아니다. 그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멋진 영웅이었을까. 영웅은 맞았다. 하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 같은 영웅은 아니었다. 그저 그냥 그저 미래를 꿈꾸고 우리처럼 때로는 놀고, 때로는 장난치고, 수업도 듣는 그저 평범한 학생들이었다. 결의를 가진, 그 꿈이 우리의 자유였던 학생들이었다. 미래를 향한 희망이, 꿈이, 불안과 두려움을 이겨낸 것이다.
2·28 공원. 친구와 놀 때 항상 약속 장소가 되는 공원이다. 옛 기억은 거짓이라는 듯 봄에는 붉은 매화가 저마다의 색을 드러낸 채 아름답게 피어있고 여름에는 제 일이 우는 것이라는 듯이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 소리가 내 귀를 가득 채운다. 가을은 잎들이 자신의 개성들을 드러낸 채 공원을 채우고 겨울은 시린 냉기가 사람들의 손을 스치며 장난을 친다. 평화로운 곳. 그곳을 찬찬히 둘러본다. 아무래도 내일은 학급 회의에서 손을 들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