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동상(2·28원로자문위원장상)
나는 오늘도 도서관에 간다.
대구연경초등학교 4학년 박예솔
우리 가족은 대구 동구에 있는 2·28기념학생도서관을 이용합니다. 2018년 2·28민주운동기념일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되면서 도서관 이름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저는 대구 북구 연경동에 살고 있는데 집 근처에 대형도서관이 없어서 주말을 이용해 가족들과 자주 찾아갑니다. 우리 가족은 그냥 228도서관이라고 합니다.
“아버지! 근데 2·28기념학생도서관이 무슨 뜻이에요?”
입구에서 도서관 이름을 보고 문득 궁금증이 생겨서 아버지께 물어봤습니다. 아버지는 질문이 뜻밖이었는지 아무 말 없이 잠시 생각에 잠기셨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알고 있니?”
“네. 민주주의는 다수결이잖아요. 의견이 다를 때는 다수결로 결정하잖아요.”
“그래 맞아. 그러면 다수의 의견을 물어보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투표요. 우리 반 회장, 부회장도 투표로 뽑아요.”
“그래. 우리 딸 잘 알고 있네. 근데 힘센 친구가 투표를 못 하게 막고 반대도 못 하게 하면 어떡하지?”
“하지 말라고 말려야죠. 선생님께도 말하고요. 그런데 누가 그래요.”
“그래. 말도 안 되지. 그런데 1960년도에는 그랬단다.” 그렇게 아버지는 대구에서 일어난 2·28민주운동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되고 선거를 통해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되었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탈을 쓴 정부는 국민을 속이고 심각한 부정부패를 저질렀습니다. 국민들은 실망했고 대구에서는 야당의 선거유세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날은 일요일이라서 쉬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학생들이 선거유세장에 가지 못하게 방해했습니다. 시험을 치고, 단체영화 관람을 보내고, 토끼를 잡아 오라며 강제로 산에 보냈습니다.
이에 반대하여 경북고등학교, 경북대 부속고등학교, 대구고등학교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시위를 조직하고 결의문을 만들었습니다.
1960년 2월 28일 대구의 중심가인 동성로와 반월당에 1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모여 시위를 벌였습니다. 지금 그 자리에는 그날 학생들의 목소리를 기억하려고 2·28기념 중앙공원을 만들었습니다.
대구의 학생들이 주도한 민주운동이 불씨가 되어 봉화처럼 전국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그 불씨가 도화선이 되어서 4·19혁명의 불꽃이 타올랐습니다.
4·19혁명은 부패한 정부에게서 민주주의를 되찾은 해방 이후 최초의 시민혁명이었습니다.
국민을 위하지 않고 국민을 탄압하는 정부는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는 민주시민의 저력을 보여준 위대한 혁명이었습니다. 근데 그 중심에 우리 대구의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우리에게는 선배들에게 물려받은 민주주의의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아버지는 우리 학생들이 민주주의의 뿌리이고 시작이라고 말해주셨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우리에게 그렇게 큰 힘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2·28민주화운동에 참여하신 선배들에게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그 의미를 모르고 있던 제가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이제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부끄럽지 않은 후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결의문에 인용된 타고르의 시가 귓가에서 메아리칩니다.
‘그 촛불 다시 한번 켜지는 날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2·28민주화운동의 마음을 되새기며 저는 오늘도 2·28기념학생도서관으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