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은상(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장상)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대구수성중학교 1학년 이유연
추운 겨울,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학교에 있었다. 그날은 12월 18일.
사회 시간에 민주화운동에 대해 배워보고 있었다.
“내일까지 민주화 운동에 대해 조사해 글을 써볼 거예요. 글을 제대로 안 쓸 시, 인성 글쓰기(반성문)를 쓸 거예요. 그러니 다들 잘 준비해 오도록!”
민주는 어떻게 뭘 써야 할지 고민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정 도서관’에 간다. 정 도서관에는 한국의 전통적인 문화와 역사 등에 관한 말 그대로의 ‘정’을 담고 있는 도서관이었기 때문이다.
항상 정 도서관에 가면 잘 안 풀리는 문제도 바로바로 풀리는 효과가 있다. 그렇게 나는 도서관에 들어갔다. 나는 의자에 앉아 잠시 생각에 빠졌다.
‘아니 이걸 내가 왜 해야 해?’
귀찮음과 한숨이 동시에 몰려왔다. 정 도서관에 와도 풀리지 않는 문제인 듯 안 좋은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 도서관에 왔으면 책을 읽어야지.’
일단 도서관에 왔으니 책을 찾아보기로 했다. 혹시나 정 도서관에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책이 있을까 싶어 돌아보던 순간, 한 책이 눈에 들어왔다.

‘2·28’

‘뭐야? 그냥 숫자만 적혀 있다고? 이 책 뭐지?’ 하며 책을 펼쳐보니,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으며 다른 공간에 와있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졌다.
“여기가 어디지?”
그때, 남성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학원의 자유를 달라!!”
무슨 소리지 하며 눈을 떠보니, 웬 한 길거리에 와있는 것이다. 건장해보이는 남학생들이 거리를 꽉 채우고 있었다. 나는 발 디딜 틈도 없이 그대로 남학생들의 발에 깔렸다. 몇 분쯤 지났을까, 길거리에는 남학생들이 다 지나가고 없었다. 나는 심장을 다스리며 힘겨운 몸을 바로잡았다.
일어서 보니, 거리에 있는 상가가 보였다. 하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 한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빨리 들어와! 야!”
누군가 나를 부르는 것 같아 당장 주위를 살폈다. 하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저 멀리 손을 들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같은 반 친구가 있었다.
“수령이 맞지?”
“응... 네가 멀리서 보이길래... 불렀어...”
수령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학교에서는 한 번도 수령이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목소리가 이렇게 컸다니, 순간 당황했다. 근데 수령이는 여기 왜 와있는 걸까, 걔도 나처럼 책을 보다가 이곳으로 오게 된 걸까, 근데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 하지? 머리에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혹시... 너도 책 때문에 여기로 온 거야..?”
“응 맞아.”
역시, 걔도 나와 같이 책을 보다가 여기로 오게 된 것 같았다.
“2·28이라는 책 봤지?”
“응...”
“근데 우리 이제 어떻게 해야 해? 이곳에서 빠져나갈 방법은 없는 거야?”
“있지...”
“뭔데? 빨리 나가자”
“저기 저 건물 보이지? 저기로 가면 돼...”
뭐지, 수령이는 왜 이렇게 잘 아는 걸까 궁금했다. 수령이와 같이 건물로 들어가자, 한 글자가 보였다.

‘빛’

“빛? 뭐지, 도대체 어떻게 나갈 수 있다는 거야?”
“이곳을 둘러보다 보면 글자가 여러 개 나올 거야... 그 글자들로 한 문장을 만들어 봐...”
나와 수령이는 같이 밖으로 나왔다. 일단 빛이라는 글자를 찾았으니, 몇 글자를 더 찾으러 다른 건물로 들어갔다. 계속 살피다 보니, ‘되’라는 글자를 발견했다.
“수령아! 되라는 글자를 찾았어!”
갑자기 수령이가 보이지 않았다.
“어? 수령아? 수령아!”
수령이가 보이지 않았지만 찾으러 다닐 힘이 없었다. 일단 글자를 찾기로 했다. 다른 건물을 찾기 위해 걷다가 길에도 글자가 보였다.

‘동’

지금까지 찾은 글자는 빛, 되, 동이였다. 이 단어들로는 한 문장을 만들기 어려웠다. 이곳을 걸어 다니면서 건물 벽, 땅바닥, 건물 안, 천장 등 다 찾아본 결과, 단어는 ‘빛’, ‘되’, ‘동’, ‘라’, ‘이’, ‘방’, ‘밝’, ‘의’, ‘은’, ‘리’였다. 아무리 봐도 문장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일단 ‘밝은’은 보였고, ‘되리라’도 보였다. 빛을 제외한 나머지 단어들을 조합하면 ‘동방의’가 나왔다. 그렇게 전체 문장을 만들어 보니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가 되었다.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짹짹”
새소리가 들려서 눈을 떠보니, 교실에 와 있었다. 갑자기 교실에 와 있는 것인지 너무 궁금했다.
혹시 그곳에서 탈출한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셨다.
“오늘 민주화 운동에 대해 글을 쓴다고 했죠? 지금 써볼 거예요.”
나는 그곳에서 수령이와 함께 했던 일들을 바탕으로 글을 썼다. 물론 내가 찾은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라는 문장을 빼지 않고. 시간이 지나자,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이제 걷을게요.”
모든 학생의 글을 다 걷고, 나는 수령이한테 고맙다고 말하려고 수령이의 자리로 갔다. 하지만 수령이는 보이지 않았다.
“어? 얘들아 수령이 못 봤니?”
“엥? 수령이가 누구야?”
“뭔 소리야, 말 잘 안 하는 수령이 있잖아.”
“우리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뭐지, 이때까지 내가 본 수령이는 누구였을까. 수령이와 함께 했던 그 일을 바탕으로 2·28 민주운동의 실제 모습을 경험해 볼 수 있었고, 2·28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 고맙다고 꼭 말하고 싶었다.

2월 28일, 그날을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