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은상(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장상)
블랙홀
대구대봉초등학교 6학년 김이솔
‘봤지? 지금 나 봤지? 어떡해! 나 어쩌면 좋아!’
나는 아람이와 병희를 번갈아 쳐다보며 양 손 검지로 엑스 자를 지어 보였…
“김세흔! 너 공부 안 해?”
“네…”
난 침대에 읽던 책을 던져 놓고 책상 앞에 앉았지만 문제집을 펼쳐도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래서 침대에 누워 다시 책을 읽는데 뭔가 내용이 바뀐 것 같다. 책 속의 주인공이 시간여행을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전에 읽었을 때는 이런 내용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 사실을 깨닫기 무섭게 책의 글씨가 사라지고 블랙홀이 열리기 시작했다. 나는 블랙홀에 손을 집어넣었다. 내 몸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두 눈을 꼭 감았다.
귓가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감았던 눈을 떴다. 거의 성인에 가까워 보이는 사람들이 교복을 입고 있었다. 아, 그럼 고등학교인…잠깐, 고등학교????나는 허겁지겁 내 몸을 내려다 보았다. 나도 거의 성인에 가까워 보이는 몸에 교복을 입고 있었다. 나도 고등학생이 된 거야?칠판에 적힌 날짜를 보니 2월 25일 이었다. 종례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선생님으로 보이는 사람이 들어왔다. 선생님이 입을 열었다.
“이번 주 일요일(2월 28일)에는 학교에 오면 된다.”
“네?”
“그렇게 알고 있어!!!”
선생님은 그렇게 교실을 나갔다. 나는 책상을 내려다보았다. 책상에 블랙홀이 열리고 있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블랙홀에 손을 넣었다. 다시,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우리에게 자유를 달라!”
귀 옆에서 함성이 들려왔다. 난 눈을 떴다. 교복을 입은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나는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아니, 몰라? 일요일에 학교에 나오라는 얘기 때문에 다들 시위하고 있잖아. 너도 같이 시위하자!”
나는 발 밑을 내려다보았다. 또다시 블랙홀이 열리고 있었다. 나는 블랙홀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 나는 이번에는 눈을 뜨고 있었다. 블랙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했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눈 앞으로 수많은 광경이 스쳐 지나갔지만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었다. 어지러웠다. 막 정신을 잃으려는 순간, 주변이 흐려졌다가 다시 선명해졌다. 나는 뛰고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 앞에 누군가가 경찰에게 잡혀 끌려가고 있다.
내 옆에서 함성이 들려온다.
“죄 없는 우리 학우를 잡아가지 마라!”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시위의 주동자로 보이는 학생이 잡혀가고 시위는 종료되었다.
나는 발 밑을 내려다 보았다. 다시 블랙홀이 열린다. 나는 그냥 바라만보았다. 그러자 블랙홀이 점점 커지며 나를 집어 삼켰다. 어느새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번 여행이 꿈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나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만은 분명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은 지금까지 역사를 우습게 여겼던 나에게 역사의 중요성과 의미를 알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