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금상(대구광역시교육감상)
크로커스를 바치며
덕원고등학교 2학년 권래현
그럴 때 있잖아요. 내가 너무 우울할 때, 힘들 때, 지치고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싶을 때. 저는 꿈도 없고 목표도 없고 그렇다고 돈이 많은 것도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만 돌아갈 것 같고 세상의 바람에 이리저리 기우뚱거리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루는 버스에 있는 모르는 사람의 눈초리조차 힘겨워 도망치듯 버스에서 내려 비를 맞으며 걷다 들어간 한 건물이 있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 건물은 박물관 같은 곳이었고 지나치듯 걸어가며 살피다, 한 흑백 사진을 멍하니 들여다 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흑백 사진인데도 불구하고 선명히 드러난 표정, 나와는 다른 생기있고 의지 넘치는 얼굴과 행동에 사로잡혔고, 그 뒤로는 나에 대한 회의감이 들어 도망치듯 건물을 나갔습니다. 그곳은 2·28 민주운동 기념 회관이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그 열의 넘치는 얼굴을 잊을 수 없습니다. 특히 그 사진이 2·28민주화 운동에 관한 사진인 것을 알고 난 뒤에는 그가 나와 같은 나이의 또래였다는 사실이 저를 더욱 부끄럽게 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대구시립소년소녀합창단원으로 활동했습니다.
돌이켜보았을 때 기억에 남는 공연 하나를 꼽으라 하면 제가 신단원으로 들어오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2018년 2월 28일 있었던 2·28 민주화운동 기념식 행사가 먼저 떠오릅니다. 처음 들어보는 노래를 외우고 춤을 외우느라 힘들었던 기억도, 동선을 자꾸 틀려 안무가 선생님께 많이 혼났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때는 마냥 무대에 올라 내가 텔레비전에 나온다는 사실에 설레었고 우리나라 대통령 앞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신기하기만 했었습니다. 처음이라 어리버리하며 무대에 올라서인지 어떤 행사인지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2·28 민주화 운동 기념회관에 다녀온 이후 방에 걸어놓은 당시 행사 사진 밑에 적혀있는 행사 이름을 보고 다시 그 때의 기억을 다시 꺼내볼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2·28 찬가는 무기력하고 힘없던 나의 마음을 다시 움직였습니다. 추억은 항상 나의 매정한 생각을 뒤흔들어 놓는 것 같습니다.
다시 나아갈 용기를 주니까요.

2·28 민주운동 기념 사업회 홈페이지에는 ‘2·28민주운동은 이승만 독재정권의 부정과 부패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대구 지역 고등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일어난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 운동이다.’
라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2·28 민주운동은 시민들의 진정한 민주주의의 열망에 불을 지핀 운동입니다. 저는 저를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도와준 2·28 민주화 운동에 대해 찾아보며 나는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많이 되물었습니다. 그들의 열정을, 희생을 기억하면서도 현재 나의 상황에 안주하며 우리의 미래, 민주주의에 대해 무관심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후회스럽게 다가왔습니다. 그들의 투쟁은 우리 사회 전반에서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어주었으며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 정치적 참여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큰 사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용기와 희생은 단순하게 과거에 있었던 일이라고 지나칠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만들어낸 희망의 물결을 따라 그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들은 세상을 살아가며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부딪치고 넘어지면서도 결코 부서지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진정한 청춘이라는 푸른 봄에 꿈을 가득 안고 달린 그 순간을 저는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진정한 꿈을 위해 모든 것을 내바치며 살아가는, 시리도록 아프지만 누구보다 빛나는 그들의 모습. 한편으로는 그들이 한없이 부러웠습니다. 모두의 미래에 대해 누구보다 관심을 가지며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세상의 거센 바람에 흔들리는 듯하다가도 단단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일어나 올곧게 피어나는 그들의 청춘이.

그들에게 크로커스를 바칩니다.

(크로커스의 꽃말 : 후회없는 청춘, 청춘의 기쁨, 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