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금상(대구광역시교육감상)
그날의 진실
대원외국어고등학교 1학년 백채원
여름방학을 맞이한 민우는 선생님께서 추천해 준 새로운 게임에 대해 기대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이 게임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특별한 체험이 될 것이라며, ‘그날의 진실’이라는 게임을 해보고 방학 숙제로 보고서를 작성해 오라는 과제를 주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이 게임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게임을 시작한 민우는 낯선 과거의 도시, 1960년 대구에 떨어졌다. 그는 고등학생 캐릭터로 변신해 있었고, 주변에는 많은 학생들이 모여있었다. 게임 화면에 첫 번째 미션이 떴다. “학생들 사이에서 정부에 대한 불만을 수집하시오.” ‘정부에 대한 불만? 갑자기?’ 의문이 들었지만, 민우는 캐릭터를 조종하여 교실과 복도를 다니며 학생들과 대화했다. 학생들은 정부의 부패와 독재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고, 이들이 느끼는 억압과 좌절감은 화면을 넘어 민우에게까지 느껴졌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려던 찰나 “1단계 클리어. 다음 단계로 이동하시오.”라는 창이 떴다. 민우는 궁금증을 품은 채 다음 단계로 이동했다.
두 번째 단계의 메인 미션은 비밀회의를 조직하는 것이었다. “학생들을 모아 시위 계획을 세우시오.”라는 지시와 함께 민우는 여러 학교의 학생 대표들을 모았다. 게임 속에서 그는 주동자가 되어 어두운 다락방에서 회의를 주도했다. 캐릭터들은 정부의 부정과 부패를 비판하며, 자유를 요구하기 위해 시위를 계획했다. 회의는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지만, 모든 학생의 눈에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민우는 게임 속 캐릭터들의 대화를 지켜보며, 그들의 용기와 결단력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 비밀회의는 단순한 전략 논의가 아닌,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기 위한 결단의 순간이었다. ‘기껏해야 내 또래인데 이런 어린애들이 나보다 더 단단하다니. 어쩌면….’ “2단계 클리어. 마지막 단계로 이동하시오.” 게임 속 안내가 민우의 생각을 가로막았다. 풀리지 않은 의문을 뒤로하고 마지막 단계로 이동했다.
마지막 단계 : 2월 28일. ‘마지막 단계’ 옆에 적힌 날짜를 보는 순간 복잡했던 머릿속이 하나로 정리되었다. ‘2·28 민주운동’ 그는 드디어 게임의 진실을 깨닫게 되었다. 게임 속 날짜는 2월 27일 시위 바로 전날이었다. 게임 속 미션은 옆에서 마지막까지 나를 도와주는 학생, 지호에게 말을 걸라고 했다. “왜 이렇게 시위 열심히 해? 안 무서워?” 게임 프로그램이 민우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민우가 묻고 싶었던 질문을 했다. 지호는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물론 무섭지. 무섭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 나한테 어린 여동생이 있거든. 올해 3살. 그 애는 나 같은 상황을 안 겪었으면 좋겠어. 지금 우리가 외치지 않으면, 내 동생도, 다음 세대도 우리처럼 억압받으며 살게 될 거니까. 그래서 그래. 비록 난 아니지만 적어도 내 동생과 걔 친구들을 행복했으면 하거든.” 눈물이 맺힌 지호의 눈을 바라보니 민우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게임을 하다가 운다는 사실이 매우 창피했지만, 민우의 눈을 그런 사실을 모르는 듯했다.
마침내 2월 28일, 시위의 날이 다가왔다. 게임 속 캐릭터들은 대구 시내로 모였다. 민우의 캐릭터는 리더로서 “자유당 독재 타도”라고 적힌 큰 피켓을 들고 선두에 섰다. “도심으로 행진하시오.”라는 지시와 함께, 민우는 학생들을 이끌고 시위행진을 시작했다. 하지만 곧 경찰이 등장해 시위를 저지하려 했다.
“경찰의 추적을 피해 안전한 경로로 이동하시오.”라는 긴급 메시지가 떴다. 민우는 긴장된 마음으로 화면을 응시하며, 경찰들의 눈을 피해 학생들을 안전하게 이끌었다. 그 순간, 이제 이 게임의 배경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까, 게임이었음에도 실제로 두려움과 긴장감이 몰려왔다.
마지막 미션은 학생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는 것이었다. 민우는 시위 중 혼란스러워진 학생들을 하나씩 안전한 장소로 인도했다. 경찰의 추적을 피하는 과정에서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지만, 민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미션은 성공이라고 했지만, 민우는 후련하지 않았다. 지호를 포함한 많은 학생들이 경찰들에게 폭행당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기 때문이었다. 먼저 가서 다른 학생들 도와주라는 지호의 마지막 장면이 민우의 심장을 뜨겁게 했다. 그러던 그때, 컴퓨터 화면에서 소리가 들렸다. 2월 28일 그날의 진실에 관한 이야기였다. 민우가 플레이했던 게임 장면들과 실제 교과서에 실리는 사진들을 교차하여 보여주며 게임을 마무리했다. 그에게 이 게임은 그동안 단순히 배우기 어려웠던 2·28 민주운동을 심장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민우는 그날의 경험을 통해, 2·28 민주운동이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당시 학생들의 용기와 희생으로 이루어진 중요한 순간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 운동은 4·19혁명으로 이어졌고, 그 끝에는 자유를 누리고 있는 우리가 있었다. 게임을 마친 후에도 그는 계속해서 그날의 진실을 생각하며, 보고서를 작성할 준비를 시작했다. 그에게 ‘그날의 진실’은 단순한 과제를 넘어, 역사와 자신을 잇는 중요한 다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