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금상(대구광역시교육감상)
형, 고마워
왕선중학교 2학년 노동휘
전 00초에 다니는 5학년 하지원이에요. 내 어머니 아버지께선 너무 바쁘셔서 난 경북고에 다니는 고등학교 3학년 형과 항상 같이 놀고 밥을 먹고 자며 생활했답니다. 그러다 가끔 부모님이 오시면 항상 선물을 주시고 그 날엔 항상 진수성찬이 놓여있었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수업을 받고 친구들과 길거리 엿장수 아저씨에게 엿하나를 얻어먹고 서로 장난도 치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엔 아직 아무도 없었고, 형이 올 때까지 우린 내 집에서 놀았어요. 내 친구 중엔 호기심 많은 김강후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형의 방에 들어가선 형 방을 둘러보더니, 형의 책상 밑에 있던 신문을 발견했어요. “강후야 그게 뭐야? 웬 신문?” 우린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바로 그 신문을 읽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우리 중 제일 똑똑한 오준목이라는 친구가 입을 열었습니다. “이거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 홍보잡지네.” 준목이를 제외한 우리는 아직 어리기도 했고, 정치는 학교에서도 배우지 않았고 관심도 없었으므로 무슨 소린지 알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확실한 건 하나 있었어요. 그 대통령 선거는 매우 중요하단 것이요. 그런데 전 의문이 들었어요. ‘왜 형에게 저런 게 있을까?’ 왜냐하면 형이 부모님과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한 번도 한적 없었고, 제가 알기론 형은 정치라는 것엔 관심이 없는 걸로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러다, 갑자기 우리 집 대문에서 삐-익 소리가 났어요. 그때 전 너무나 놀라서 친구들을 집에서 내보내는 것보단 신문지를 숨기는 것이 더 중요했어요. 결국 신문지는 숨겼지만 친구들은 숨기지 못했고, 전 형에게 혼이 날걸 직감했어요. 그런데 형은 오히려 웃으면서 우리에게 간식을 주고 친구들을 각자의 집으로 돌려보냈어요. 너무나 다행이었으나, 한편으론 신문지 본 것을 들킬까 봐 두려웠어요.
그날 저녁, 전 형의 방에 불이 켜져있는 걸 보았어요. 전 너무나 궁금한 나머지 몰래 형의 방을 보았어요. 그런데 형은 숙제나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형은 손에는 신문지를 구겨 쥐고 책상엔 흰 종이에다가 무언가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방문이 바람에 의해 확 열렸습니다. 그때 형은 저를 보았고, 형은 화가 나 보이기도 했고, 당황해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인 것도 같았습니다. 형은 저에게 “지원아, 내가 하고 있는 거 절대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라고 말했습니다. 전 형에게 “형 저 글을 쓰는 게 뭐가 문젠데?”라고 했어요. 그랬는데, 형은 저에게 아까 친구들과 본 신문을 보여주며 “이거 보여? 지금 대통령 누군지 알지? 이승만. 이 사람이 형같은 고등학생들 보고 일요일에도 학교를 가라잖아! 근데 더 어이없는 건, 일요일에도 등교하는 이유가 장면 후보님의 선거 유세에 학생들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전 형의 말을 다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러나, 일요일에도 학교를 가게 한다는 것에 너무나 화가 나서, “왜 학교를 가라는 거야. 그럼 이번주 일요일엔 형 못보는 거야?”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형이, “그래서 형이랑 형 친구들, 그리고 다른 학교들까지 우린 힘을 모아서 이승만 정권에 항의할 거야!” 그때의 형 모습은 잊을 수 없었습니다. 그 말을 하며 무슨 글이 쓰인 현수막을 든 형의 희망차고 용기 있는 표정, 꼭 영웅 같았거든요. 그래서 전 저도 함께하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형은 기겁하며, “절대 안 돼! 형이랑 갔다간 너 위험해진다고!” 전 형이 혼자 멋있는 거 다 하려고 한다 생각해서, “왜 형만 가는데! 나도 데려가 달라고!” 그때 형은 절 밀쳐내고 방문을 쾅 닫았어요. 전 형이 너무 미워 그냥 먼저 자버렸어요.
2월 28일 일요일, 전 밖이 너무 시끄러워서 잠에서 깨버렸어요. 그래서 밖에 나갔는데, 저희 집 대문엔 편지 하나가 붙어있었어요. 형의 편지었어요. 그 편지 내용은, ‘지원이에게. 지원아 형은 이제 널 볼 수 없을 거 같아.
너한테 인사라도 해줄걸..ㅎ. 형이 절대 혼자 멋진척하고 싶어서 너한테 화낸 게 아니야. 정말 너무 위험해서 그런 거야. 우리 지원이 형이 항상 잘 못 챙겨줘서 너무 미안하고,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전해드려. 그리고 지원아, 항상 널 너무 사랑하는 거 알지? 널 사랑하는 형이’ 전 그 순간 눈물을 펑펑 쏟아부었고, 위험한 걸 알지만, 대문을 열고 뛰쳐나갔어요. 그런데, 밖엔 사람들이 널브러져 있고, 그 중간엔 익숙한 모습이 있었어요. 바로 형이었어요. 전 설마설마하고 다가갔는데, 그거 정말, 정말, 정말 형이었어요. 믿기지 않았어요. 그냥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렸어요. 그때 저의 친구들이 왔어요. 친구들은 절 집으로 끌고 갔고, 친구들은 절 끌고 간 이유를 설명해 주었어요. 그 이유는, 처음부터 그 친구들은 형이 그 학생 모임에 참여한 걸 알고 있었고, 그래서 제가 그곳에 갈 수 없도록 막으라고 형이 친구들에게 말을 했던 거예요. 전 그 순간, 울분이 터져 나왔어요. 친구들이 저에게 그 정도 비밀도 못 알려준 것에 친구들이 밉기도 했지만, 너무 슬펐지요. 저도 슬펐지만, 제 가족들은 훨씬 슬퍼했습니다. 어머니는 쉴 새 없이 우셨고, 아버지는 애써 울음을 참는 것 같았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이 자진사퇴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 소식과 함께 이승만 대통령에 항의하기 위해 모인 모든 학생단의 학생들 이름과 그 사건들이 모두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전 그때 형의 이름을 보고 울컥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부정부패에 대항한 형이 자랑스러웠습니다. ‘형, 형이 원했던, 형의 친구들이 원했던, 그토록 바랬던 것들이 이루어졌어. 정말 고마워. 형의 희생 덕분이야. 절대 형을 잊지못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