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금상(대구광역시교육감상)
"민주화 노선을 함께 달리는 달빛동맹"
대구성명여자중학교 1학년 김소율
얼마 전 어느 신문기사에서 “광주 대구 2038 하계아시안게임 공동개최도전”이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2024년 올해는 파리 올림픽이 열린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던 나는 아시안게임이 내가 살고있는 대구에서 개최될 수 있다는 약간의 설렘과 동시에, 다른 도시들도 많은데 왜 하필 광주와 공동개최를 할까 하는 생각으로 이것 저것 찾아보다가 “영호남 달빛동맹”이라는 말을 알게 되었다.
대구광역시와 광주광역시가 상생 사업으로 추진해온 것을 계기로 2013년 3월 달구벌 대구, 빛고을 광주의 앞글자를 따서 “달빛동맹”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대구와 광주는 영호남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경제, 문화 등 다방면으로 협력하며 달빛내륙철도 건설, 달빛 학술토론회, 시립예술단 교류공연, 달빛 오작교를 통한 청년들의 만남 등의 사업으로 많은 세대간의 교류 협력이 이루어지고 정치, 사회적 풍파에도 지금까지 꿋꿋하게 동맹을 맺고 있다. 또한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두 지역은 2013년부터 대구의 2·28민주운동, 광주의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교차 참석하며 우의를 다져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 우리는 민주화 운동이라는 역사를 함께 가지고 있다!
나는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계속 살고 있기 때문인지 민주화 운동을 떠올리면 2·28민주화 운동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동성로에 갈 때면 항상 지나치던 2·28기념중앙공원, 주말에 가는 2·28도서관, 두류공원 산책을 가면 보이던 2·28 기념비... 이런 곳들이 내 생활에 녹아있던 탓인지 나에게 2·28은 가까운 곳에 있었고 한편으로는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의 시작이 대구의 시민이라는 것에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같다.
1960년 2월 28일 3.15 대선을 앞두고 대구의 8개 고교 학생들이 자유당의 독재와 불의에 항거에 의해 일어난 시위인 2·28 대구 민주화 운동은 “백만 학도여, 피가 있거든 우리의 신성한 권리를 위해 서슴치 말고 일어서라. 학도들의 붉은피가 지금 이 순간에도 뛰놀고 있으며 정의에 배반되는 불의를 쳐부수기 위해 이 목숨 다 할 때까지 투쟁하는 것이 우리의 기백이며, 정의감에 입각한 이성의 호소인 것이다”는 결의문을 읽으며 구타당하기도 했지만 많은 시민들에 격려를 받으며 반독재의 횟불이 타오르게 했고 이후 4.19 혁명의 도화선으로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 후 20년 뒤인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또 다른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다. 넓게 보면 1979년 12.12 군사반란 직후부터 좁게 보면 1980년 5월 18일부터 5월 27일까지 전두환과 노태우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이 내란과 폭동을 저지르고 이에 저항한 무고한 광주 시민들을 학살하며 시민과 계엄군 모두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사건이다. 불법적 헌정질서 파괴범죄와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다수의 희생자와 피해자가 발생했던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신군부의 강경진압으로 끝나게 되었지만 많은 의의를 남기며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2·28 대구 민주화 운동에 비해 관심도 없었고 자세히 알지 못했던 5.18광주 민주화 운동!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알아가면서 난 수없이 몸서리쳤다. 내가 보고 접해오던 학생들의 희생이 있었던 2·28 대구민주화 운동 사진들보다 더 잔인한 모습들... 총기가 난무하며 시민들을 끔찍하게 구타하거나 학살하고 그 모습을 보고 웃고 있는 계엄군의 얼굴은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사람의 탈을 쓰고 할 수 없는 행동 같아 보였다. 민주화를 요구하고 맞선 시민들 뿐 아니라 항쟁에 관심이 없었던 시민들, 심지어 물놀이하는 아이들까지... 난 너무나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잘 알지 못했던 내가 지금 대한민국 민주주의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런 부끄러움들을 잠시 뒤로하고 달빛동맹에 대해 알아볼 때 대구시 518번 버스 노선에 광주 민주화 운동을 기리는 문구를 달고 달린적이 있다는 것을 떠올린 나는 무작정 518번 버스를 타고 싶었다. 몇정거장 지나다보니 2·28 기념 공원이 보였다. 버스에서 창 밖으로 보이는 2·28 기념공원은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겪어보지 못한 알 수 없는,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감정의 소용돌이 같았다.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가만히 눈을 감고 나를 지금 민주주의 속에 살게 해준 수많은 희생자분들게 “고맙습니다. 또 고맙습니다.”라고 되풀이 할 수 밖에 없었다.

2024년 8월 31일 여수에서 영호남 도시 청소년 교류음악회가 개최된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대구유스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영호남 청소년들과 함께 연주를 하며 청소년 교류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대구유스오케스트라에 소속되어 있으면서도 달빛동맹이란 말을 듣기 전에는 그저 다른 지역에 가서 연주회를 한다는 생각이었는데 2·28과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알아보고 또 달빛 동맹에 관한 의미를 알고 나서는 과거 그들만큼은 아니지만 그들을 기리며 민주화를 다시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달빛 동맹에 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8월의 뜨거운 태양이 남아있을 마지막 날. 그날 나는 멋지게 연주회를 마치고 광주에서 민주화를 달리고 있는 228번, 518번 버스를 타 볼까 한다. 228번 버스를 타고 5.18민주화운동 기록관, 4.19 기념관도 둘러보고 518번 버스를 타고 국립 5.18민주묘지까지 가 볼 예정이다. 그들을 감히 위로하지는 못하지만 사진에서 본 얼굴이 아닌 편안한 모습으로 잠들어 계시길 바라며 “고맙습니다. 우리나라 민주화를 위해 신명을 바치신 고귀한 임의 뜻을 받들겠습니다”라고 묵념하고 다음 달빛동맹을 기원하며 발길을 돌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