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나는 정치, 민주주의, 역사 같은 것들은 나와 학생들과 전혀 관련 없는 것이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2·28 민주운동에 대해 배운 후에는 생각이 바뀐 것 같다. 민주주의는 어른들에게만 관련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 심지어 어린 학생들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소중한 것임을 알게 된 것이다.
1960년 2월 28일로 사건은 거슬러 올라간다. 이승만 정부는 독재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헌법을 고치기도 하고, 투표함을 바꾸거나 가짜 표를 넣기도 하고, 죄 없는 다른 당의 후보를 모함해 사법 살인을 하는 등 온갖 부정부패를 저지르며 자신들의 정권 유지에 힘을 쏟았다. 그리고 2월 28일 대구에서 열린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 장면의 유세를 방해하기 위해 토끼사냥, 시험 등의 이유를 대며 학생들에게 일요일 등교 지시를 내렸고, 이에 분노한 대구의 학생들은 민주화 운동에 나선 것이다. 학생들의 결의에 찬 민주화 운동은 이내 다른 지역, 다른 나이대의 사람들에게도 물결처럼 퍼져나갔다. 경찰과 정부는 강압적이고 잔인한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진압했지만 민주화 운동은 끝내 성공하게 된다. 나는 이 민주화 운동이 어린 나이의 대구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웠다. 현실을 외면하고 나쁜 일을 당할까봐 피하는 어른들을 대신해 어린 학생들이 당당하게 나서 목숨을 걸고 희생한 것도 대단한 것 같다. 내가 그때의 고등학생이었어도 목숨을 걸고 시위를 하는 것은 무서워서 피했을 것이다. 게다가 나중엔 나와 같은 초등학생들까지도 시위에 동참했다고 한다. ‘국군 아저씨들, 부모 형제에게 총부리를 대지 말라. 우리는 민주 정의를 위해 싸운다’ 라고 쓴 플랭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던 옛날 사진을 보니까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이지만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런 감사한 조상님들 덕분에 지금의 우리나라에 민주주의가 활짝 꽃피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며칠 전 나는 북한의 중학생 30여명이 k-pop을 들었다는 이유로 공개적으로 총살을 당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대한민국에서는 당연하게 누리고 사는 것이 나와 같은 또래의 북한 학생들에겐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많이 충격 받았었다. ‘민주주의’ 라는 것은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숨쉬듯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권리이지만 어쩌면 그때 희생하신 분들이 없었다면 대한민국도 과연 얼마나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었을까?
그리고 몇 년 전 우리나라의 임윤찬이라는 피아니스트가 1위를 한 반클라이번 콩쿠르에서 그 당시 전쟁 중이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피아니스트가 결승에서 맞붙게 되었었다. 대회전 인터뷰에서 기자들이 전쟁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며 인터뷰를 진행하려고 하니까 러시아 사람이 인터뷰를 거부했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이 오랫동안 독재를 해 온 나라이고, 그 결과 러시아에서는 전쟁을 반대한다는 말을 잘못하면 그 사람과 가족들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어 자유롭게 말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또, 러시아 대통령 푸틴은 다른 대통령 후보를 죽인 적도 있다고 들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그런 일이 있다면 경찰이 조사하고 온 나라가 들썩일텐데 러시아 정부는 그 일을 덮어두고 있다고 한다. 마치 2·28 민주운동이 일어나기 전 이승만 대통령이 벌인 부정선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이 2024년인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굳이 먼 나라에서 부정선거를 찾지 않아도 우리 학교에서도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일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재작년에 전교 임원 선거에서 부정선거가 적발되어 학교가 들썩였던 적이 있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회의도 열고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들었다. 나는 그때 투표권도 없고 관심이 없어서 어떤 사건인지 전혀 몰랐었다. 그런데 5학년이 되어서 내 친구가 선거에 나서게 되면서 도와주게 되었는데 실제로 선거 과정에 참여해 보니 우리가 선거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초등학교의 어린이 선거에서도 부정한 일이 많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우리가 선거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부정선거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다시 싹을 틔울 것이다.
1960년대의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학생들도 만약 정치는 학생과 관련 없는 것이라고 여겼으면 우리나라는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온갖 부정부패를 저지르며 부정선거를 하는 세상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도 학교 안에서 벌어진 부정선거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처럼 나라 안에서 벌어지는 부정선거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옛날에도 지금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관심을 가지고 정치에 참여한 사람들 덕분에 나라가 바뀌는 것처럼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적극적인 정치 참여로 나라와 역사를 바꿀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부정한 일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서 좋지 않은 정치 행동들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런 행동은 성인들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28 민주운동과 4.19혁명을 이뤄낸 주인공들에는 고등학생, 중학생, 초등학생도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뉴스를 듣고 기사를 보고, 민주화 공모전에 관심을 가지고 글을 쓰는 행동들을 통해 나도 민주주의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