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금상(대구광역시교육감상)
춥지만 뜨거웠을 그 날의 언니, 오빠들에게 보내는 편지
대구매곡초등학교 4학년 배주원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대구에서 일어난 사건과 그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찾아보세요!”
대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 네 번째 사회 수업 시간이었다. 선생님께서 네 번째 미션을 말씀하셨다.
“선생님, 민주주의가 뭐예요?”
“민주주의는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며 국가는 국민의 행복을 위해 정치를 해야 한다는 거예요.”
내가 나라의 주인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그렇다고 하니 민주주의에 관심이 생겼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대구에서 일어난 사건이 궁금해졌다.
“오늘 배울 2·28 민주운동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진짜 나라의 주인이 되어 노력한 대구의 고등학생들의 이야기입니다.”
고등학생이라고? 이어서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2월 28일 그날의 이야기는 나에게 멋지고 용기 있고 정의로운 언니, 오빠들의 영웅담 같았다. 내 친구의 오빠들은 스마트폰 게임만 하고 유튜브 중독에 일요일엔 늘어지게 잠만 잔다던데, 1960년의 고등학교 언니, 오빠들은 거리를 뛰쳐나가 독재를 막기 위해 민주운동을 하다니! 그 날의 언니, 오빠들에게 나의 이 감동을 전하고자 편지를 쓰게 되었다.
뜨거운 불꽃같은 언니, 오빠들에게
안녕하세요?
저는 다들 어리게 보지만 어리지만은 않은 열 한 살 배주원입니다. 이 편지의 주인공인 언니, 오빠들은 지금은 돌아가신 저의 왕할아버지 만큼 나이가 많이 드셨겠죠? 하지만 이 편지를 받으시는 때는 아직 고등학생이실 테니 언니, 오빠라고 불러도 괜찮으실 거라 생각하고 편지를 씁니다.
1960년 2월 28일 일요일, 선거 유세장에 학생들이 참석하지 못하도록 나라에서는 대구에 있는 8개의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학교에 나오라고 했다죠. 일요일인데도요. 영화관람, 토끼사냥 등 학교에 나오라고 한 이유를 듣고 처음엔 웃음이 났지만 그 당시의 언니 오빠들은 비장했을 거란 생각에 금세 웃음을 멈췄어요.
2월 27일 밤, 경북고등학교 이대우 오빠가 학교별 긴급회의를 열고 일요일 등교를 취소하라고 얘기했으나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고 했어요. 그래서 다음날인 2월 28일 낮 12시 55분, 경북 고등학교 학교 조회대에 올라가 결의문을 낭독했어요.
“백만 학도여! 피가 있거든 우리의 신성한 권리를 위하여 서슴지 말고 일어서라. 학도들의 붉은 피가 지금 이 순간에도 뛰놀고 있으며, 정의에 배반되는 불의를 쳐부수기 위해 이 목숨 다할 때까지 투쟁하는 것이 우리의 기백이며 정의감에 입각한 이성의 호소인 것이다.”
어려운 낱말들이 많아서 엄마에게 물어가며 여러 번 낭독해 보았어요. 선생님들이 그러지 말라고 말리는데도 불구하고 800명이나 되는 언니, 오빠들은 학교를 뛰쳐나와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며 시위를 했죠. 그 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 해요.
엄마는 늘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의문을 가지고 나만의 답을 찾아가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우리는 공부를 하는 것이고 책을 읽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저는 민주주의도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가만히 있으면 안되는 상황에 누군가 가만히 있으라고 할 때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주인임을 알고 주인공이 되는 것. 그 날, 언니 오빠들은 우리나라 역사의 가장 큰 주인공이었어요!
왜 2·28 민주 운동이 대한민국 민주 운동의 첫 발이자 한 알의 불꽃이었는지 알았고 그 뒤로 있을 여러 독재자들의 주인공 욕심을 막을 민주화 운동의 시작이 제가 살고 있는 대구에서 시작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언니, 오빠들의 그 날의 용기와 가만있지 않음을 우리들도 배우고 모두가 민주주의 나라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알려야 할 것 같아요. 그러려면 2·28 민주 운동에 대해 국민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는 앞으로 이 날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로 써서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려고 해요. 바로 언니, 오빠들의 이야기죠. 기대해 주세요!
2월 28일, 그날은 추웠을까요? 불꽃들이 모여 오히려 뜨거웠을까요?
춥지만 뜨거웠을 그날로 따뜻한 오늘날을 만들어 주어서 고맙습니다.
2024년 8월의 더운 날
열한 살 배주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