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입선(심사위원장상)
꽃이 피리라
진선여자고등학교 1학년 김지후
유난히 차갑던 겨울 끝무렵
그해 봄엔 꽃이 피지 않을 거랬죠
뜨지 않는 해는 빛을 모조리 삼키어
터진 꽃망울은 전부 시들 거랬죠
빛을 앗아간 거짓된 세상에
굴하지 않으리라 외친 꽃눈의 다짐이
맞닿은 가지 너머로 옮겨가
어느새 나무의 소망이 됐다죠
가득히 차오른 꽃눈의 소망이
한데 모여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져
세상아, 네가 앗아간 빛을 내놓아라
터지고 찢겨도 포기 않고 외쳤더랬죠
다치고 뜯긴 어린 꽃 그 조각이
마지막 외침을 끝으로 내려앉을 때
아픔 가득한 하나의 생이 끝났음에도
멀리서 바라보니 아름다웠더랬죠
아름다운 희생이 하나둘 쌓이며
진실히 바라던 태양빛이 오르고
그제야 만개한 새봄의 꽃들은
내년에도 꽃이 필 거라 말했다죠
육십 년하고도 열두 번의 계절을 지나
올해 봄에도 꽃이 피었다죠
당당히 밝은 햇살을 받아내며
희망을 외치듯 꽃망울을 터뜨렸다죠
해가 뜨지 않을 내일이 와도
갈라진 가지 끝에 피어낸 꽃송이는
오래전 같은 자리에 피어난 꽃처럼
결국엔 태양을 얻고야 말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