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입선(심사위원장상)
2월의 푸른 봄
원통고등학교 2학년 최재희
일제히 그리고 나란히
권력에 굴복한 제복과
언젠가 차게 식은 열망의 흔적
곤봉은 거역할 수 없는 순응의 일부
그건 살갗이 파래지고 피부를 뭉그러뜨리는 것
마땅할 수 없는 굴종은 퍼지지 않고
이렇게까지 이뤄야 하는 정의는 없어
부패한 입술로 초조함을 읊는다
봄이 오면 움틀 싹을 쉽게도 밟고
살얼음은 발길질에 파편이 된다
일제히 그리고 나란히
갑옷의 몫을 하는 교복과
얼어붙은 대지 위 들끓는 마음의 행렬
함성은 밤새워 써 내린 희망의 일부
그건 살갗이 파래지고 피부가 뭉그러져도 포기할 수 없는 것
총기 어린 의지는 가슴을 물들이고
이렇게라도 이룰 수 있는 정의라니 다행이겠지
덜 자라 앳된 얼굴로 굳건함을 읊는다
씨앗을 품은 땅은 밟을수록 단단해지고
조각난 얼음은 녹는 순간 양분이 될 뿐
일제히 그리고 나란히
섰던 형체가 섞이고
피와 눈물은 얼음을 녹이고
2월의 정신을 달구고
그 자리에는 싹이 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