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 4·19혁명에 대해 그림으로 표현하는 대회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광주 민주화 운동밖에 모르고 있었는데 당시 개최된 그림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조사하면서 4·19혁명과 민주화 운동의 첫 발걸음이 된 2·28운동이 대구에서 일어났고, 내 또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구의 첫 민주화 운동의 횃불을 밝혀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민주화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흘러 시험 준비 등의 핑계로 인해 까마득하게 잊고 지냈었다. 그러다가 문득 학급 게시판에 붙여져 있던 2·28 글쓰기 대회 공모전 글을 보게 되었는데, 예전에 4·19혁명 그림 그리기 대회에 참가하고 수상하러 갔던 곳 바로 옆에 2·28민주운동 기념회관이 있어서 부모님과 함께 방문하여 민주화 운동의 역사에 대한 기록을 직접 보고 바람직한 민주의식에 대해 고민했던 경험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날 좋았던 기억을 회상하면서 이번 2·28민주화 운동 글쓰기 대회에 참여해 잊고 있었던 2 ·28민주화 운동에 대해 다시 한번 공부하고 바람직한 시민으로써 민주의식을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마음먹었다. ‘2·28 운동이 이승만 독재정권에 의해 학생들이 반기를 들고 직접 거리로 나가 항의하는 운동이란 것은 기억이 나는데, 어쩌다가 잘못 없는 학생들까지 운동에 참여하게 되었을까?’라는 의문이 들어 곧장 2·28운동에 대한 자료를 조사해 보았다.

2·28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사회적 배경은 1960년 3월 15일 실시될 예정이었던 제4대 대통령 선거 및 제5대 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십수 년간 국민들의 삶을 옭매었던 이승만 독재 정권이 불법적이고 반민주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정권을 유지하려고 했을 때이다.
학생들이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들을 시간에 거리에 나가 한 손에 민주주의의 횃불을, 다른 한 손으로는 옆 친구의 손을 잡은 채로 정부에 맞서게 된 이유를 알게 된 뒤로 나는 몸속에서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것만 같았다. 권력 유지를 위해 다 큰 어른들이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새싹 같은 학생들을 억압하고, 통제했기 때문이다. 2·28 민주운동 기념사업회에서 본 글에서는 독재 정권에 의해 만들어져 험악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국가가 학생들이 후보들의 정직한 연설을 들을 수 있는 유세장에 참여할 수 없도록 조기 중간고사, 영화관람 등의 이유를 대며 경북고, 경북여고, 대구여고, 경북 사대부고 등 대구의 8개 공립 고등학교에 일요일 등교를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학생들은 국가에 일요일 등교를 철회해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국가는 이를 받아들여주지 않았다. 부당한 방법을 통해 학생들을 통제하고 억압하려는 국가에 반발심을 가지게 된 각 학교의 학생들이 모여 일요일 등교에 대해 항의하기 위한 시위를 조직했고, 2월 28일 낮 12시 55분에 학교 조회단에서 결의문을 낭독하였다고 한다. “백만 학도여, 피가 있거든 우리의 신성한 권리를 위하여 서슴지 말고 일어서라. 학도들의 붉은 피가 지금 이 순간에도 뛰놀고 있으며, 정의에 배반되는 불의를 쳐부수기 위해 이 목숨 다 할 때까지 투쟁하는 것이 우리의 기백이며, 정의감에 입각한 이성의 호소인 것이다.”라는 결의문의 내용은 내 마음속의 정의감을 불꽃같이 활활 일깨워주는 것 같았다. 그날 반월당에서부터 경북도청까지 긴 거리는 자유당 정권의 부정부패를 규탄하는 학생들의 소리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함성에 의해 뒤덮였다고 한다. 시위 현장에서 220여 명의 학생들이 경찰에게 체포되거나 폭행당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있었지만, 이를 계기로 민주화를 향한 운동은 학생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으며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게 되었고, 3·15마산 의거와 4·19혁명으로 이어져 현재의 대한민국이 생길 수 있게 기틀을 마련해 준 기둥이 되었다.

우리는 2·28민주화운동은 단순히 일요일 강제 등교 지시가 내려졌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님을 명시해야 한다. 자유당 정권의 부패와 무능력으로 국민들이 살기 열악했던 시대적 배경과 야당의 선거유세장에 가지 못하도록 내려진 일요일 등교가 정권에 의해 부당하게 일어난 일임을 알게 되어 민주주의를 뜨겁게 열망하던 학생들에 의해 벌어진 민주화 운동이라는 점을 숙지해야 한다. 우리는 대구지역 고등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일어난 최초의 민주화 운동인 2·28민주운동에 대해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국가의 주권은 정부에게만 있는 권리가 아니라, 국민에게 있고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정치가 이행되어야 하는 민주주의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깨닫게 되었다. 4·19운동과 관련해 2·28민주운동에 대해 다시 알아보면서 지금의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주셨던 선배님들의 노고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나도 선배님들의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한 횃불을 이어 받아 언젠가 나의 열정이 쓰일 그날을 위해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