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동상(2·28원로자문위원장상)
작은 불씨가 온 세상을 환하게 !
대구국우초등학교 4학년 손형진
작년 여름방학에 엄마와 ‘2·28 도서관’에 갔다. 왜 날짜가 도서관 이름일까 궁금했었다.
그러고 보니 ‘2·28 기념 공원’도 대구 시내에 있었다. 서점에 가기 위해 내리는 버스 정거장 근처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 희한하다. 누구 생일도 아닌데 왜 같은 날짜가 이렇게 명칭이 되어서 많을까 궁금해졌다. 때마침 집 근처 대구 교육박물관에서 ‘2·28 민주운동 기념 가족 체험 교실’이 열린다고 해서 엄마와 함께 갔었다. 구교육박물관에서는 2·28민주운동 기념탑 만들기를 하며 그날 있었던 일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엄마는, 2월 28일이 누구 생일이 아니고, 민주화 운동을 한 날이라고 하시며, 그 민주화 운동이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뿌리고 어른이 아닌 학생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참여했다는 점에 대구, 특히 우리 지역의 학생들에게 지역적으로 자긍심을 심어주고 민주 시민 역량을 알게 해준 큰일이라고 하셨다.
한 나라의 우두머리이자, 대표가 유세장에 학생들의 참석을 막으려고 몇 개의 고등학교에 일요일 등교 지시를 내린 그것이 시작되었다. 일요일에 학생들을 강제로 학교에 가게 하다니. 그렇게 해두고는 학생들을 영화를 보게 하거나 토끼를 잡게 하는 등, 학생들의 정신을 다른 곳으로 빼놓으려는 생각이었나보다. 사실, 그때 자유당 정권의 부패와 무능으로 우리나라 삶이 모두 무너진 엉망인 상황에 대해 학생들도 알아야 할 시기였다고 한다. 그래서 3월 15일 큰 선거를 앞두고 우리 지역, 대구에서 야당 부통령 후보의 유세를 방해하기 위해서 학생들을 일요일까지 등교시켜버리는 학생들을 얕잡아 보는 나쁜 어른들이었다. 나는 대구교육박물관에서 그 당시, 경북도청에서 2·28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는 고
등학생 형님의 사진을 보며 흑백사진에서 나오는 그의 억울하고 비통한 숨소리마저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그 고등학생 형님들은 결의문 낭독을 시작으로 학교 안에서는 단식농성으로 그들의 의견을 내세웠고, 몇몇은 수성천변 유세장으로 가서 시민들과 함께 합세해서 시위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 경찰에 연행되어 가는 고등학생 형님들 사진을 보며 저렇게 무력으로 사람을 진압해도 되나,요즘에는 미성년자가 사람을 때리고 물건을 훔치고 해도 촉법소년이라고 아무 문제가 안 된다는 둥 말이 많은데 반대로 옳은 소리 하는 저 형님들을 경찰과 어른들이 제압하고 머리채를 잡고 해도 되나 싶었다. 왜 학생들은 아무것도 모르니 뒤로 빠져 있으라 하면서 정작 혹시나 정치에 얼룩이라도 튈까 봐 일요 등교
를 지시하는 어른들이 참 못되었다.
캠핑을 가보면,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작은 불씨만 지켜내면 몇 분 뒤 장작이 타올라 큰 불씨를 만들어 낸다. 날이 흐려도 큰비가 오지만 않으면 작은 불씨는 큰불을 만들어 위에서 고기도 굽게 해주고 밥도 짓게 해준다. 작은 불씨여도 얕잡아 보면 안 된다. 그때의 2월 28일, 공부만 하는 고등학생 형님들이 작은 불씨다. 그 형님들 덕에 ‘민주’가 생긴 게 아닐까. 작은 불씨가 불빛도 되고 밥을 짓게 해주는 열도 되어주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