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은상(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장상)
빨간 목도리
대구대봉초등학교 5학년 배나은
2030년 겨울에 어느때와 같이 집에서 멍하니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찬바람에 나무가 흔들거렸다. ‘옛날에는 지금처럼 이렇게 춥지 않았겠지?’ 심심찮은 생각을 하던 도중 ‘카톡!’ 카톡이 왔다. 친구의 카톡이었다. “심심한데 만나서 놀자.” 친구의 말에 나는 고민할 새도 없이 “그래.” 카톡을 보내곤 급히 준비를 했다. 친구와의 약속 장소는 2·28공원이였다. 내가 급한 마음에 집을 나서고 보니 매서운 바람이 나의 얼굴을 치는 것 같았다. 그때 할머니께서 나에게 주신 보들보들한 목도리가 생각났다. 옛날보다 날씨가 추워져서인지 예전과는 다르게 남녀노소 다 목도리를 하고 다녔다.
나는 다시 집으로 가서 목도리를 챙기고 집을 나섰다. 밖에 나가니 눈이 살짝 쌓여서 걸을 때 자박자박 소리가 났다. 눈 위를 걸으며 2·28 공원으로 향했다. 오후 1시 10분 무려 20분이나 일찍 왔다. 그 때 익숙한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띄였다. 한번도 보지못한 것 같은데 뭔가 익숙한 나무 같아서 나도 모르게 그 나무로 걸어 갔다. 한걸음 두걸음... 나무 앞으로 걸어갔다. 갑자기 머리가 띵! 울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세상은 갑자기 멈춘 듯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난 마치 뭔가에 홀린 듯 나무 밑의 흙을 파기 시작했다. 얼마쯤 팠을까? 흙을 파다 보니 낡다 못해 썩어가는 나무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호기심에 그 뚜껑을 열어보니 갑자기 약간 몸이 뜨거워지면서 나무상자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머리 한 대는 얻어맞은것처럼 삐...귀에서 비명이 들였다.
혼잡하던 와중 어디론가 왔다.
“여긴 어디지??” 생각을 하자마자 내 눈 앞에는 나와 비슷한 또래의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함께 행진하는 모습이 보였다. “부정 선거 다시 하라!”는 그 구호가 내 귓 속을 파고 들었다. 낯설지 않은 이 구호, 갑자기 뛰는 나의 맥박 그리고 그 행진을 방해하고 학생들을 때리는 경찰들을 보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게 무슨 일일까” 생각을 가다듬기 위해 눈을 잠시 감았다가 떴을 때 한 아이가 눈에 띄였다. 빨간 목도리를 두른 아이.. 내 목도리와 같은 것이었다. “언니, 우리 엄마 어디 있는지 알아요?” 뜬금없는 아이였지만 시위하는 이들 속에서 빨려 들어간 어머니를 잃어버린거 같았다. 난 이 상황을 자세히 모르니 일단 아이의 어머니를 찾아주기로 했다.
돌아 다니던 중 눈에 띈 한 아주머니가 계셨다. 그 아주머니가 아이의 어머니였고 아이를 찾아 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그런 후 나는 물어봤다. “혹시 여기서 왜 시위를 하고 있나요??”
아주머니가 대답했다. “지금은 1960년 2월 28일이예요. 여기 대구에서 시위하고 있어요. 민주당의 장면 후보가 일요일인 2월 28일에 대구에서 유세를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나라에서 시민들에게 유세장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해서 나라를 자기네들 마음대로 하려고 하는 것 같아 참을 수 없어 나왔어요. 그래도 나의 예쁜 자식들 후손들은 이렇게 자유도 없는 세상에서 살게 하면 안될꺼잖아요.”
‘우리에게는 누구나 자유가 있는데?’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내 옆의 학생들이 경찰들에게 매를 맞고 끌려갔다. 나는 너무 놀라며 “아주머니 경찰들이 왜 시민들을 저렇게 때리고 못살게 구나요? 경찰들은 시민을 지켜줘야 하는거 아닌가요? ”물어보았습니다. 아주머니는 나를 잠시 쳐다보더니 우리는 이렇게 경찰들에게 괴롭힘을 받아도 우리 아이들이나 후손들은 절대 맞으면 안되게 하기 위해서 지금 이렇게 시위하는 거예요.“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빨간 목도리를 나에게 감싸 주었다. 그리고는 날이 아직 추우니 감기 조심하라고 하고는 다시 시위 현장으로 뛰어 갔다. 난 상황을 파악하곤 같이 시민 및 학생들과 함께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민주화를 요구하며 시위 현장으로 가려는 순간 경찰에 의해 방망이로 머리를 한 대 맞고 쓰러졌다.
갑자기 머리가 또 다시 “삐” 소리가 났다. 난 상황 파악도 못 한 채 다시 2·28 공원으로 돌아왔다. 난 그 당시 죽은 사람들이 너무 안쓰럽고 학생들도 힘들게 시위했다는걸 모두에게 알게 되고 알리고 싶었다. 친구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나는 쳐다봤다. 난 그냥 아무일 아니라고 넘겼다.
친구들에게 “여기가 왜 2·28 공원인지 알아?”라고 물어보았다. “몰라, 그냥 공원 이름인데 뭔 상관이야.”라고 했다. 나는 내 목을 감싸고 있는 빨간 목도로를 보면서 절대 그날의 희생을 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난 친구들을 데리고 도서관으로 갔다. 그리고 2·28 민주 운동에 대한 책을 읽어보도록 했다. 친구들은 단호한 나의 눈빛을 보고 함께 책을 읽기로 했다. 그때 그 함성 소리가 울려퍼진 만큼 큰 목소리로 2·28 민주 운동에 대한 감사 표현을 2·28 공원에서 다른 사람들이 다 쳐다보도록 외쳤다. 모든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았지만 나는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자유가 아까 만났던 그 사람들 덕분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