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금상(대구광역시교육감상)
개화
서울대성고등학교 3학년 안현서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1960년, 나는 대구에 거주하고 있는 한 고등학생이다. 1960년 새해가 밝으며, 동네 어른들이나 아이들이나 저들끼리 모여있을 때는 조병옥 박사라는 사람의 칭찬을 하느라 바쁘다. 들은 얘기로는 올해의 대선에 관한 이야기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정치에 대한 관심도, 현재의 대통령이나 대선 후보들에 관한 얘기에 대한 흥미도 전혀 없었기에, 그들이 하는 말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무슨 불만이 그리 많은지, 그들의 반응에 대한 내 생각이었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던 나에겐, 현재 대통령의 만행이라던가, 자유당의 만행이라던가 나에게는 생소한 이야기였다.
그동안 흘러들은 이야기로는, 현재의 대통령인 이승만 대통령이 어떻게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 그리고 조병옥 박사가 그에 대항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없던 나였지만, 그동안 건너들은 이야기로도 그 정도 정리는 가능했다. 그뿐만 아닌 이승만 대통령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떤 행위들을 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차고 넘치도록 들었다. 그러면서 나도 자연스레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반감, 자유당에 대한 반감이 자라나게 되었다.
그러던 중 2월 18일, 조병옥 박사가 서거하게 되었다. 대선 후보였던 그의 죽음은 우리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조병옥 박사의 죽음 이후, 나를 포함한 학생들은 자연스레 부통령 후보인 장면 후보에 대한 지지를 시작하게 되었다. 장면 박사의 선거 유세를 어떻게 도울까, 대구에 선거 유세를 오기도 전에 그 생각부터 하고 있었다. 나 뿐만이 아닌 모두가 그런 생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정부는 우리를 가만히 둘 수 없었나 보다. 투표권도 없는 학생들이 뭐가 두려운지, 선거유세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일요일 등교를 강제하였다. 자유당의 목적은 알기 쉬웠다.
임시시험이나 토끼사냥 같은 이유로 등교를 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주변 학교의 학생들 모두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을 품고 있었다지만, 이는 상대 후보의 선거 유세에 참여하는 등 어디까지나 온건한 범위였으나, 자유당의 이런 행위는 도화선에 불을 지핀 것과 같이 학생들의 마음속에 혁명에 대한 씨앗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그 씨앗이 가장 먼저 발아한 건 근처의 고등학교였던 경북고등학교였다. 마치 마른 들판에 삽시간에 불이 퍼지듯 경북고등학교에서 시작된 시위의 열기는 곧 주변의 학교 모두에 퍼지게 되었다. 우리 학교를 포함해서 말이다.
우리는 더 이상 학교의 지시나 정부의 명령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해야 하는 건 이 부당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의지를,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 뿐이었다.
2월 27일 첫날째의 시위가 끝난 뒤, 난 변한 자신의 모습에 놀라게 되었다. 정치에 대한 관심도, 자신이 받았던 탄압에 대한 반발심도, 무엇하나 가지고 있지 않았던 내가 이번엔 직접 부당함에 맞서 시위에 참여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그동안의 무지함을 반성했다.
그러며 자신의 변모에 깊은 만족감을 느꼈다.
그리고 다음 날, 오늘은 장면 박사의 유세가 준비되었던 날이다. 그렇기에 학생들이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학교에 모인 학생들은 학교를 뛰쳐나와, 자유당과 이승만의 부정을 규탄하고, 부당함에 반발하는 집회를 일으켰다. 학생들 뿐만이 아닌 교사 중에서도 학생들의 집회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던 중, 조회단에 오른 학생이 있었다. 그는 결의문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백만학도여! 피가 있거든 우리의 신성한 권리를 위하여 서슴지 말고 일어서라, 학도들의 붉은 피는 지금 이 순간에도 뛰놀고 있으며 정의에 배반되는 불의를 쳐부수기 위해서는 이 목숨이 다 할때까지 투쟁하는 것이 우리들의 기백이며, 이러한 행위는 정의감에 입각한 이성의 호소인 것이다....”
학생들은 함성을 지르며 손뼉을 쳤다. 나도 자연스레 함께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당연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이 시위의 이후에 무엇이 있건 모두 탄압당하고, 경찰에게 체포되어 버린다 해도, 혹은 그 외에 어떤 일이 있건 더 이상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해야 하는 건 지금 이 순간에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 그것은 자유당의 부정을 규탄하고 올바른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시위대는 유세장으로 가는 장면 박사를 마주했고, 그를 만세로 맞이하였다.
지금 우리가 옳은 일을 하고 있음에 나는 한 치의 의심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