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2월 25일
학교에서 2월 28일 일요일에 영화관람 등을 할 것이니 모두 학교로 등교하라고 갑작스러운 지시가 내려왔다. 그 지시의 내용은 조금 아니, 뭔가 많이 이상했다. 이러한 기분을 나만 느낀 것이 아니었다. 학교 학생들도 다 학교의 지시가 이상하다고 서로의 눈을 마주치면서 의아함을 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나는 갑자기 오늘 아침에 보았던 신문에 3월 15일이 대통령이랑 부통령 선거날이지만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인 조병옥이 사망하여서 이승만이 무투표로 당선되었다는 내용과 28일 일요일에 지금 부통령인 민주당 장면 부통령 후보가 수성 천변에서 선거 유세를 한다는 내용이 기억이 났다. 모든 상황을 조합해 보니 ‘대구의 지지를 많이 받고 있는 장면 부통령 후보의 선거 유세에 학생들이 못 가게 되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않을 것이고 대구의 지지가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에 반면, 이승만 대통령과 같은 자유당인 이기붕의 지지가 많아지게 된다.’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왜 이러한 상황이 일어나게 되었는 지 이해를 하고 나니 나는 분노가 차올랐다. 이승만 대통령은 학생들인 우리를 정치적 도구로 쓰겠다는 생각이 아닌가. 이러한 생각을 경북여고, 대구고, 대구여고, 경대사대부고 등 8개교의 각 학교 간부들에게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960년 2월 27일
오늘 밤 나는 각 학교 간부들과 함께 우리 집 냉돌방으로 모였다. 거기서 나는 그저께 느꼈던 생각을 간부들에게 전달했다. 그러자 간부들은 나의 말에 동조를 하면서 내일 어떻게 해야 좋을지 회의를 하고 있었다. 우리들은 회의를 하며 일당독재에 대해 항거하려는 결의를 낳았다. 그러고나서 우리는 3개 고교 학생대표자의 구수 회합에서 자유당의 포악 정치에 정면으로 도전하자는 28일의 데모 계획을 만들고 있었다. 계획을 만드는 도중 도전하자는 의견과 죽을 수도 있다, 못한다는 의견이 생겼다. 서로 의견을 주고받다가 조국 민주주의의 번영에 한 줌 밑거름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서로에게 “철장에서 만나자! 아니면 천당에서 만나자!”라고 하며 모두 손을 잡고 애국가를 부르고 눈물을 지으면서 그날 밤을 지새웠다.

1960년 2월 28일
당일이 되었다. 영화관람 등의 이유로 일요일 등교 지시받은 학교 학생들이 12시에 조회단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나는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결의문을 채택한 다음 데모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전교생들이 운영위원회 소집 전에 폭발단게에 이르렀다는 걸 보고 학생위원 안호영과 단상 위에 뛰어올라 결의문을 낭독했다.
“백만 학도여! 피가 있거든 우리의 신성한 권리를 위하여 서슴지 말고 일어서라, 학도들의 붉은 피가 지금 이 순간에도 뛰놀고 있으며 정의에 배반되는 불의를 쳐부수기 위해 이 목숨이 다할 때까지 투쟁하는 것이 우리의 기백이며, 정의감에 입각한 이성의 호소인 것이다. ·····”
1시 5분 전교생들과 함께 모두 교문을 박차고 시위에 나섰다. 반월당까지 우리는 힘차게 행진을 했다. 그러던 중 대구고도 교문을 박차고 나왔다. 하지만 경찰들과 선생님들에게 막혀서 대부분이 학교에 있다는 것과 몇백 명이 밖으로 뛰쳐나왔지만 경찰에 연행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에 반면 사대부고는 경비가 심해서 학교 밖으로 나오지 못해서 강당 안에서 구호를 외치면서 진행을 하고 있다고, 자신들은 야간 시위를 하겠다는 소식도 듣게 되었다. 나는 그러한 소식들을 들으면서 쉬지 않고 우리 학교 학생들과 빠져나온 대구고, 사대부고 학생들 등과 같이 행진을 계속했다. 우리의 행진을 경찰이 계속해서 막고 체포하고 구타를 하여서 다치고 붙잡힌 학생들이 있었다. 그러한 모습을 보고 나도 맞진 않을 까, 잡히진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우리는 이 행진을 멈추지 않았다. 우리의 모습을 보고 박수를 치시며 동조해 주시고 구타당하면 말려주시고 숨겨주시던 시민분들을 위해 계속 행진을 이어나갔다.

1960년 4월 19일
우리의 민주행진이 타지역까지 번지게 되었다는 신문을 발견하게 되었다. 우리는 그날 이후 많은 곳을 다쳤지만 우리의 행진과 결의는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우리의 행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