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입선(심사위원장상)
우물 안 개구리
경북공업고등학교 3학년 이빈
산으로 둘러싸인 커다란 우물 속 작은 개구리들. 그만큼 하찮아 보이는 존재는 또 없을 것이다. 작디작은 생명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고 함부로 여기는 사람들은 넘쳐난다. 자신의 이익과 권위를 위해 가장 이용하기 좋았을 학생들이 그들의 눈엔 마치 우물 안 개구리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저 학생이라는 이유로 인해 인권을 침해당하고 어른들의 싸움에 이용당한 수많은 학교의 학생들.
어찌 보면 이들이 교문을 넘어 거리로 나선 동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간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작은 마음이 모여 큰 꽃을 피어내 우물 밖으로 나오는 계기가 되었다. 만약 개구리가 혼자였다면 어땠을까? 아마 우물 밖으로 나오는 것은 아주 오래 걸렸을 수도, 혹은 불가능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은 할 필요는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결코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의 용기가 되어주며 앞으로 나아갔다. 서로가 옆 사람의 손을 잡고,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며 함께 같은 목소리를 냈다. 우물 안 개구리가 하찮아 보이는 이유는 우물 안에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그곳에 있는 작은 생명을 보는 일은 누구나 해본 일이지만 그 생명이 나의 아래가 아닌 나와 같은 눈높이에 있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하염없이 작아보이던 존재가 엄청나게 커 보일 것이다. 만약 거기에 그것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면 어떻게 될까. 그제서야 우리는 깨닫게 될 것이다. 작아만 보이던 생명이 이렇게 크고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생생하게 느껴지는 순간은 없을 것이란 걸. 생명의 울림과 움직임을 몸의 모든 감각을 통해 느끼게 되는 첫 순간, 나는 이것이 우리나라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더욱 성장하고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연 맨 처음의 순간.
비가 내릴수록 우물은 차오른다. 그 비를 맞고 점차 위로 오르는 우리는 비로소 우리의 존재를 증명해냈다. 우리 또한 모두와 같이 살아 숨 쉬고 불의에 분노하고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길 줄 알고 나에게 어떤 자유와 권리가 있는지 알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느냐 없느냐다. 일상 속에서도 부당함을 느끼는 일은 꽤나 자주 있다. 수많은 차별과 억지, 무시, 핍박 속에서 과연 지금 당장 자신의 부당함을 알리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소리칠 수 있는 사람이 있냐고 물으면 몇 명이나 당당하게 손을 들 수 있을 것인가. 만약 행동으로 옮긴다고 하여도 그 후에 찾아올 후회와 두려움, 또 다시 찾아올 부당함과 더 큰 괴로움을 생각하지 아니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생각들은 하나 둘 우리의 다리와 팔, 성대, 뇌까지 옭아 매여 그대로 굳어버려 하나의 조각상처럼 만든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두꺼운 실을 뜯고 몸을 움직여 일어선다. 모이고 모여 만들어진 작은 봉우리들이 또 다시 모여 큰 꽃을 피워낼 때.
마침내 폭우 속에서도 살아남은 꽃은 다음날의 햇빛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