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02.27 토
나는 오늘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토요일날에 학교를 오는 것도 억울한데 일요일인 내일 학교에 등교를 하라는 것이었다.학교에 항의하니 정부가 지시한 것이라는 답만 들려올 뿐 다른 말은 없었다. 우리는 이것이 아마도 곧 있을 대통령 선거때문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각 학교들의 대표들이 모여 회의를 해보니 내일 수성구 쪽에 부통령 후보인 장면 박사가 선거 연설을 한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고 우리는 곧바로 우리가 내일 학교를 가야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있게 되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연설을 할 때 우리가 있어 방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 하는 이유는 뭘까? 이미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자신에게 있어서는 우리가 조금이라도 방해가 되면 자신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이미 지금 정권은 몇년째 이승만과 장면이 오래 집권했기에 불편한 점이 없지않아 있다. 지금 공부를 해도 모자랄 학생들이 정치에 신경을 쓰며 정치와 사회에 참여하는게 맞는것인가? 오늘 학교를 마치고 “학원을 정치도구화 하지 말라!”라는 구호를 내걸며 시위를 하기로 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다른 고등학교들도 몇몇 참여했다. 나도 시위를 했는데 오로지 하나의 생각만 들었다. 왜 이렇게까지 집권을 하는가.. 왜 이렇게 해야하는 것인가.. 안그래도 정치가 혼란한 지금 이 시기에 우리는 시험도 있는데 선거 유세가 뭐라고 우리를억압하냐는 말이다... 미래를 빛내줄 아이들에게 사회 인식을 이렇게 안좋게 심어주면 우리는 올바른 정치 생각을 가지고 올바른 사회 생활을 할 수 있을까..? 그렇기에 우리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오늘은 여기서 그만하겠지만 내일은 아닐꺼다. 우리는 몰래 만들어 둔 연락망으로 오후에 계획을 세웠다. 정부가 선거 유세때문에 등교하라고 지시한 내일 일요일날 학생들 모두가 시위를 하는 것이다. 결의문을 작성하고 한 번 읽어보니 더욱 더 억울한 마음이 커져갔다. 나는 이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라도 내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무슨 일들이 일어날 지 기대도 되고 두렵지만 나는 이 마음을 굳게 먹었기에 후회하지 않는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빌며 이 일기를 쓴다. 내일도 일기를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1960.02·28 일요일
지금 이 일기를 쓸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아직도 오늘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두근대고 손이 떨린다. 오늘은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난리였다. 등교를 하고 선생님들께 말씀드렸지만 선생님들은 정말로 반대하셨다. 너희들이 위험할 거라고, 마냥 좋은 결과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를 말렸지만 이미 마음을 먹었기에 선생님들의 말씀은 귀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조금 후에 우리는 학교 운동장으로 나갔다. 우리 학교 위원장 이대우가 조회단에 올라가서 어제 쓴 결의문을 낭독했다. “백만 학도여, 피가 있거든 우리의 신성한 권리를 위하여 서슴지 말고 일어서라. 붉은 피가 지금 이 순간에도 뛰놀고 있으며, 정의에 배반되는 불의를 쳐부수기 위해 이 목숨 다 할 때까지 투쟁하는 것이 우리의 기백이며, 정의감에 입각한 이성의 호소인 것이다.” 아- 얼마나 가슴을 뛰게 하는가 아직도 이 말만 생각하면 마음이 들끓는다.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였나보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학교를 나가 우리 학교 학생들 한 800명? 정도가 경북도청으로 갔다. 대구고 애들도 교문까지 돌파하기 힘들었다고 연락이 왔는데 어찌저찌 시위를 시작했다고 했다. 이곳은 곧 불의에 항의하고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시위 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우리는여러군데 돌아다니며 자유당 정권의 불의를 규탄했다. 갑잦기 어디서 등장한 경찰들이 우리들을 진압하고 막 구타하고 강하게 진압할 때 보고 있던 시민들이 우리들을 숨겨주고 동조하며 시위에 동참하였다. 경대사부고 학생들이랑 대구상고학생들이 바로 시위에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교내에서부터 담을 넘어 시위를 참석해주는 사람도 있었고 다른 학교 학생들은 유세장으로 가 시위를 해주며 모두가 시위를 하는 현상이 생겼다> 경찰이 우리에게 최루탄을 쏘기도 했으며 몽둥이부터 어디서 주워 온 지 모를 막대기, 자신의 손과 발로 우리에게 많은 고통을 주었다. 이 과정에서 나도 맞고 내 친구들도 엄청 맞았다가 겨우 도망쳐 나왔다. 허나 이래도 우리의 마음은 굽혀지지 않았다.오히려 이 계기로 더욱 시위게 거세져 갔다. 근데 하면 할 수록 내 친구들이 경찰에게 잡혀가기도 해 좀 무서웠고 한편으로는 경찰도 제정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정말 오랜시간 시위를 하고 저녁도 한참 넘은 시간에야 집에 돌아갔다. 집에 돌아가는 와중에도 잡혀간 애들의 부모님이 행방을 물었고 나는 차마 답을 할 수가 없어 아마 집으로 가고 있는 중일 것이다 라고 했다. 집에 도착하니 어머니와 아버지는 어디서 들은건지 많이 걱정하고 혼내셨다. 왜 이제서야 왔냐고, 다친 곳은 없냐고 왜 시위에 참여했냐고 물으셨지만 난 아무말도 들리지 않아 대충 둘러대며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가서 밀린 연락들도 확인하고 긴장한 내 마음을 진정시켰다. 아직도 무섭지만 그래도 속이 시원하다. 경찰에 잡혀간 친구들이 괜찮을지 너무나 걱정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정부가 이 일을 계기로 많이 깨닫고 바뀌었으면 좋겠다.. 내일은 달라질까? 언젠가는 달라질 미래를 위해서 나는 내일도 시위를 할 것이고 모래도 시위를 할 것이며 전국에 이 일이 알려지도록 할 것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기도하며 이 일기를 끝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