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금상(대구광역시교육감상)
20년
소선여자중학교 1학년 김도원
지난 5월에 광주 민주화 운동에 관한 책을 읽었다.
“오월의 달리기”라는 제목이었는데, 달리기를 잘하는 주인공은 도대표에 발탁되어 광주에서 합숙훈련에 들어간다. 어느 날, 소년은 친구들과 코치 몰래 시내 구경을 나갔다가 엄청난 광경을 목격하고 만다. 경찰들이 쇠로 된 봉으로 학생들과 시민을 마구 때리는 충격적인 장면이었던 것이다. 이때 소년의 아버지도 돌아가셨는데, 봉쇄된 광주 시내를 벗어나 나주에 있는 가족들에게 아버지의 죽음을 전하기 위해 산속에서 위험한 달리기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5.18 민주화운동에 관해서는 학교에서 배운 적이 있었다. 소설로 그날의 상황을 접하니 더 리얼하고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또 내가 지금 자유롭게 누리고 있는 삶이 1980년 그날의 시민들과 학생들의 노력 덕분이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우리나라의 최초 민주화운동은 그보다 20년 전 앞선 1960년도에 일어났었다고 한다. 난 이 사실을 듣고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최초의 민주화 운동이 내가 살고 있는 대구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6학년 때부터 친구들과 시내 번화가에 자주 놀러가곤 했었다. 스티커 사진샵에서 깔깔거리며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매운 떡볶이를 먹으며 돌아다니는 일은 아주 재밌었다. 그때 오다가다 2·28기념 중앙공원에 들러 화장실을 이용하기도 하고 벤치에 앉아 쉬기도 했다.
그랬는데!
그 공원이 바로 1960년에 일어났던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화운동인2·28민주운동을 기념하는 장소였던 것이다. 당시 부정선거에 항거하기 위해 대구의 8개 고등학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일어났다. 그 날은 일요일이었는데 선거를 앞두고 유세장에 학생들이 참석하지 못하도록 등교지시를 내리자 이에 폭발한 학생들이 반독재를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이 시위가 확산되면서 1960년의 3.15 마산의거와 4.19 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때 일어났던 학생들과 시민의 외침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이어졌고, 마침내 내가 읽은 책의 이야기였던 1980년 5.18까지 전해졌을 것이다. 어떤 생각이 사람들의 가슴 속에 이토록 오래도록 강하게 남아서 무언가를 외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르고 또 그들이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난 지금 14살이다.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시간보다 훨씬 어린 시간을 살아왔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발전은 끝이 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영원히 불만을 품고, 시위하고, 고쳐가는 수순을 밟을지도.
1960년과 1980년. 그 20년의 시간 동안 누군가 흘리고 외쳤을 피와 목소리 덕분에 2023년의 내가 숨을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