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동상(2·28원로자문위원장상)
민주주의 나무가 자란다
대구영신초등학교 4학년 이정원
대구의 중심가에 있는 2·28공원 산책로에는 시민들이 편안하게 쉬어 갈 수 있는 벤치가 곳곳에 놓여 있다. 초록 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어서 대구의 뜨거운 더위를 잠시 식히는 사람들도 보였다. 엄마와 나도 2·28공원을 둘러보다 잠시 벤치에 앉아 땀을 식혔다.

“정원아, 2·28이 뭔지 아니?”
나는 2월28일에 무슨 축하할 일이 있기에 이렇게 공원까지 만들어 기념을 한 것일까 궁금했다. 율하동에 있는 박지성 공원을 떠올리며 ‘2·28공원도 아주 유명한 사람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공원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다. 엄마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다가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보라고 하셨다. 엄마가 태어나기도 전, 1960년 2월 28일에 일어난 일이라고 하시며 우리나라 역사에 아주 중요하고도 의미 있는 날이기 때문에 절대 잊지 않아야 한다는 말도 덧붙이셨다.

1960년 2월 28은 대구의 고등학생들이 정권의 부정부패에 맞서 시위를 일으킨 날이다. 학생들이 정부를 반대하는 강연회에 가지 못하도록 일요일에도 등교를 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이 학생들을 거리로 뛰쳐나가게 만들었다.

‘횃불을 밝혀라, 동방의 별들이여.’라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로 나간 고등학생들은 손에 손을 잡고 목소리를 하늘에 닿을 듯이 드높였다. 위험할 수도 있고 겁이 많이 났을 텐데 모두 한마음으로 나섰다니 그 당시 학생들의 용기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 ‘2·28민주학생운동’은 대전, 수원, 마산으로 번져나가서 4.19혁명으로 이어졌다.
우리 대구 학생들이 시작한 운동이 전국으로 퍼져나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이루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왠지 모르게 가슴이 뿌듯해져서 어깨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하지만 많은 희생도 뒤따랐다고 한다. 고등학생이라면 아직도 어린 나이인데 다치고 잡혀가는 학생들도 많았다고 하니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학생들의 희생이 없었더라면 이 땅에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결코 자라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엄마의 이야기를 다 듣고 2·28공원을 보니 조금 전 걸었던 산책길이 새삼 달라 보였다. 어쩌면 2·28공원은 유명한 사람을 기념하는 공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2·28민주학생운동’에 나선 고등학생들은 그 누구보다 우리나라를 위해 애써주신 분들이기 때문이다. 2·28공원을 걸으며 그날의 함성을 떠올려보았다. 그리고 학생들의 뜨거운 마음을 잊지 않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엄마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학생들의 뜨거운 외침이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