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금상(대구광역시장상)
기억의 들판
경북공업고등학교 2학년 오민우
총총, 토끼가 뛴다. 총총.
잊어질 듯 아슬아슬한 기억을 품은 토끼가 뛴다.
기억을 품은 토끼는 계속해서 뛰고 또 뛴다.
앞에 그 어떤 흉포한 포식자가 공격해 와도
토끼는 절뚝거리는 다리를 이끌며 나아간다.
결국 토끼는 쓰러졌다. 기억은 흩어졌다. 계속 흩어졌다.
흩어진 기억들은 다른 토끼들의 가슴 속에 파고들어 그들을 비췄다.

총총. 토끼가 뛴다. 총총.
총총총. 총총총.
자유로운 푸른 하늘과 드넓은 들판의 기억을 품은 새하얀 토끼들이
뛴다.
앞에 그 어떤 흉포한 포식자가 공격해 와도
남은 토끼들은 계속 뛴다.
토끼가 뛰므로 그들에게 기억을 전해주었고
토끼들이 뛰므로 자유가 넘쳐나는 들판에 도착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