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은상(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장상)
2월 28일, 어머니께
대구영신초등학교 6학년 이정원
사랑이 많으신 어머니께

어머니, 이 편지를 보고 절대 눈물을 보이지 마세요.
슬퍼하지 마세요. 저는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교우들과 뜻을 함께 합니다.
불의를 보고 참지 말라던 어머니의 말씀을 되새기며 저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거리로 나갑니다.

이 교복이 부끄럽지 않게 오늘 2월 28일 저는 행동으로 보여주려 합니다.
머리카락 한 올도 소중히 여겨주신 어머니인지라 행여 제가 다칠까 봐 걱정하실 걸 알고도 이런 결정을 내린 불효막심한 저이지만, 어머니께서는 저의 결정을 대견하다 생각하실 거라 믿습니다.

독재정권의 부정부패를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학생들마저 정치도구로 이용하려는 정부를 어찌 그대로 두고 볼 수 있겠습니까? 그들의 잘못을 가리려 부당하게 등교를 지시한 것을 온실 속의 화초처럼 그대로 따를 수는 없습니다.
저는 교우들과 함께 횃불을 들기로 했습니다. 정의를 목청껏 외치겠습니다.

대구에서 시작한 이 횃불이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가 이 땅에 민주화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기를 기원합니다.

사랑하는 어머니, 봄이 오고 있습니다.

아직은 쌀쌀한 바람이 볼을 시리게 만들지만 오늘의 뜨거운 함성과 열정이 이 겨울을 녹이고 민주화의 봄을 앞당길 것입니다.

학교에서 배운 정의와 용기를 저는 오늘 실천할 것입니다. 교우들과 함께여서 무섭거나 겁나지 않습니다.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어머니가 행여 마음 아파하시며 슬퍼하실까 오직, 그거 하나입니다.

2월 28일 오늘을 기억해주세요. 우리나라 민주화의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어머니, 부디 건강하시고 올바른 길로 걸어가는 저를 응원해 주세요.

사랑합니다.

1960년 2월 28일 어머니의 자랑스러운 아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