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은상(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장상)
밝혀라, 민주주의의 횃불을
대구명덕초등학교 6학년 김수연
“와!!!!!독재는 물러가라!!!” 그 소리에 놀란 나는 하던 공부도, 엄마의 잔소리도 뒤로 한 채 밖을 내다보았다. 내가 내다보자 할머닌 못마땅하신 듯 말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공부는커녕 독재니 뭐니 외치고 있노. 한국이 어떻게 될라꼬 애들이 다 저렇노.” 할머니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나는 국민학교 3학년 학생이다.
“엄마! 우리가 나서야 이승만의 독재는 끝이 나지요! 언제까지 보고만 계실 거예요? 엄마는 보고 계셔도 되요, 대신 우리가 시위에 참여할 수 있게 해줘요!” 우리 집 이제 막 고등학생 2학년이 된 언니, 이제 막 고등학생 3학년이 된 오빠가 외쳤다. 그 소리가 뭔지 몰라 나는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그 상황을 지켜보았다. “또 그 소리야? 안된다고 했잖아!” 뭘 그렇게 안 된다고 하는지......
언니와 오빠는 민주주의니 어쩌니 독재니 구시렁대더니 방으로 들어갔다.
“어제 시위 봤어? 뭔 일이래??” 내 절친이 물어보았다. 하지만 대답은 할 수 없었다. 나도 모르니깐. 언니나 오빠가 참여한다고 했던 게 어제했던 시위일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탕!!!” 갑자기 총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얼마 후 선생님이 뛰어 들어오시더니 모두 집에 가라고 하셨다. 갑자기 전쟁이라도 난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며 걸음을 빨리하여 집으로 가니 엄마가 울고 계셨다. 놀라 달려가서 물으니 눈물을 훔치며 얼버무린다. 왜 저러지?? 그리고 총소리가 나서 언니하고 오빠도 있을 줄 알았는데 왜 없는 거지? 그러다 문득 언니와 오빠가 그 총소리의 근원지에 있진 않을까라고 생각을 하다 시위까지 생각이 났다. 놀라서 주저앉으니 엄마가 울며 말했다. “언니하고 오빠는 괜찮을 거야....” 그 말이 끝나고 곧 언니가 뛰어들어 왔다.
“언니!!!!” “헉헉, 지금 군인들이 폭력을 쓰고 난리가 났어, 나도 붙잡혔는데 도망쳐 온 거야. 지금은 절대 밖으로 나가지는 마.” 라고 말하며 언니는 중얼거렸다. “너라도 좋은 세상에 살아야지. 이런 망한 시대에 왜 태어났니.” 그게 무슨 뜻인지는 이제 조금 알 것 같았다. “언니! 가지마! 제발.”
하지만 언니는 씁쓸하게 웃으며 뛰어나갔다. 엄마는 잠자코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온 세상이 조용하게 변했다. 공포스럽다. 이승만이라는 자는 왜 독재를 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희생하게 만들었을까 라는 생각과 더불어 언니 오빠가 잘못되는 건 아닐까라는 이상한 생각까지. 조금 뒤, 어떤 언니가 우리 언니를 부축해서 들어오고 뒤따라 오빠까지 들어왔다. 언니가 선두에 서 있었단다. 그리고 뒤따라오던 친구를 위해 지가 총에 맞고 온 거란다. 집에서 언니가 안전하게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식구들 생각은 안 한 걸까. 어이가 없었다. 그런 생각도 잠시, 언니는 곧 숨이 사라지고 창백해지고 뻣뻣해져만 갔다. 모두가 울었다. 아니 울지 못했다. 언니의 마지막 말이 울지 말라고, 울면 마음이 불편하다고, 웃으며 보내달라고. 오빠는 무사히 돌아왔다. 이젠 이승만이 물러갔다. 이게 맞는 건가 싶었다. 민주주의가 뭐라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희생되는 것이 맞는 건가 싶었다.
62년이 지났다. 나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다. 언니가 희생해서 이루어놓은 민주주의를 몸으로 느끼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오늘은 2022년 2월 28일이다. 62년 전 오늘, 국민을 우롱하던 정권에 대항하여 대구의 고등학생들이 주도한 민주운동이 시작된 날이다. 이 민주운동이 점차 전국으로 번져나갔고, 전국적으로 큰 불길을 만들어낸 자그마한 불씨의 시작이었다.
그 불길 속으로 뛰어든 언니가 보고 싶다.
언니를 만나러 옷도 예쁘게 차려입고, 언니가 좋아하는 음식도 들고 언니를 만나러 간다. 우리 언니는 언제나 예쁘게 웃고 있다. 나도 언니 따라 활짝 웃으며 언니에게 말을 걸어본다.
2·28민주화운동을 비롯한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