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금상(대구광역시장상)
바래지 않은 청춘 - 묘비명을 바치며
경북고등학교 2학년 김철주
아침을 불러온 그들이건만
한평생 아침은 없었다

안개를 걷어낸 그들이건만
한평생 태양은 허락되지 않았다

어슴푸레한 빛을 좇아
인고의 시간을 거쳐 모든 것 쏟아 붓고
밝은 빛 풋풋함 바랜 그들은
잘 빚은 황톳빛 질그릇이 되었다

질그릇, 비록 내 빛깔은 황톳빛
그러나 질그릇에 담은 그들의 꿈은
온전한 빛깔로 돋보였던 것이다

추운 겨울, 그날의 모두는
어느 기약 없는 빛을 보고
그토록 힘차게 투쟁한 것인가

기약 없는 빛을 좇아
마침내 밝은 태양으로 띄웠으니

아, 청춘이여 그들의 정신은,
불타는 가마 속 인고의 시간 끝에
아름다운 그릇으로 구워져
마침내 모두를 품었고

고운 황토빛 빛깔 위로
다른 이 모두를 빛나게 하여
민중을 위한 꽃을 피웠으니

이제 다시, 흙으로 돌아간 그들의 묘비에
그곳, 아침과 태양이 허락된 곳에
나는 한 줄 비명(碑銘)을 바친다

“못다 피고 바랜 질그릇과도 같지만
다시 돌아간 흙 속에서
민중을 향한 천년의 아름다움을 피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