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은상(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장상)
작은 불씨가 모여
경북공업고등학교 2학년 김예주
1960년 2월 28일 오후 1시, 나는 교문을 나섰다. “횃불을 밝혀라, 동방의 별들아” , “학원의 자유를 달라” , “학원을 정치 도구화 하지 말라” 한발 한발 다함께 나아가며 울분을 토해냈다. 우리는 마치 성난 황소와 같았다.
학도 호국단이 왠 말이냐, 북진멸공, 반공방일 시위는 또 왠말이냐. 내 손이 터져라 박수를 쳐 가며 이승만의 노예로 살아왔다. 일요일인 오늘은 유세장 근처도 얼씬 못하게 학기말 시험을 치겠단다. 우리가 일어서지 않고서야 살 수 있겠는가. 나는 친구들과 함께 토끼사냥을 핑계로 학교 밖을 빠져나왔다. 사대부고 학생들은 시위에 참여조차도 못하게 강당을 걸어 잠궈 버렸다고 한다.
내일이면 이들 모두가 나와 함께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시 30분경 우리는 도청에 들어가 시위를 벌였다. 저 멀리 연행되어 가는 내 친구들이 보였다.
다리는 얻어터졌는지 피와 멍으로 뒤덮혀 있다. 한 나라에 사는 국민을 저리 무차별하게 때릴 수 있다는 건가. 내 마음이 아파왔다. 끌려가는 와중에도 고래고래 소리치며 “부정선거 배격하자, 썩은 정치 갈아보자.” 구호를 외쳐대는 내 친구였다. 나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 잡고 소리쳤다. “부정선거 배격하자! 썩은 정치 갈아보자!”
며칠 후 퉁퉁 부어있는 다리를 주무르며 신문을 보았는데, 대전고, 수원농고, 충주고 등 전국의 학생들이 시위를 벌였다는 기사였다. 서울시청, 명동 입구 등 모든 곳이 학생들로 꽉 막혀 있는 모습이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 “우리가 민주 제단을 지키자” , “살인 선거 물러가라.” 그들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3.15일 운명의 투표일이 다가왔다. 아니나 다를까 지나가던 개도 알아볼 만큼 말도 안 되는 광경이었다. 곳곳에서는 대리 투표가 진행되었고, 투표소 앞에는 경찰, 청년단원, 완장 부대가 떡하니 서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이게 민주주의란 말인가. 이승만은 963만 3,376표 88.7%의 득표율을, 이기붕은 79%에 해당하는 833만 7.059표의 득표율을 얻었다는 공문이 내려왔다. 우리의 피 땀 흘린 노력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공문을 구겨버리며 다짐했다.
‘내가 자유 민주주의를 되찾으리라.’ , ‘이승만 정부를 무너뜨리리다.’.
나의 마음은 한순간 꺼져버리는 작은 불씨에 그치지 않는다. 나의 학우들의 마음 하나하나가 모여 나라를 뒤덮을 큰 불씨가 될 거다. 미래의 내 후손들을 위해, 뼈 깎는 고통을 이겨낸 나의 어머니, 아버지, 학우들을 위해 나는 싸울 것이다. 민주주의를 되찾는 그 날까지 나의 글 또한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