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금상(대구광역시교육감상)
“민주화”라는 사연을 싣고 달리는 버스
대구동호초등학교 4학년 김이준
내가 살고 있는 대구에는 518번 버스가 달리고 있고, 외삼촌이 살고 있는 광주에는 228번 버스가 달리고 있다. 두 버스의 번호는 운행 노선을 알려주는 단순한 숫자의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민주화”라는 사연을 싣고 달리는 버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대구의 518번 버스는 1998년 생겼는데, 1980년 5월 18일 광주 지역에서 군사정권에 맞서 선량한 시민들이 민주화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던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는 의미가 있다. ‘518’은 군사정권 독재 하에서 ‘518폭동’, ‘518사태’로 불리우다, ‘518민주화운동’이라는 제 모습을 찾기까지 상당한 고통과 시련의 역사를 안고 있다.
그런데 외삼촌은 대구의 518번 버스처럼 광주에도 민주화의 사연을 싣고 달리는 버스가 있다고 했다. 대구에 518번 버스가 생긴 후 20여년이 흐른 2019년!
광주에서도 대구 지역에서 일어난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기 위하여 228번 버스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228번 버스에 ‘2·28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운동’이라는 글귀를 적어 ‘2·28’의 역사적 의미를 광주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광주 지역에서 기념하고 있다는 우리 고장 대구의 민주화 역사에 대하여 궁금한 마음이 들었고, 이를 계기로 아빠와 함께 ‘2·28민주화운동’에 대하여 공부해 보기로 했다. ‘2·28민주화운동’이란 1960년 2월 28일 대구 지역에 있는 8개 고등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일어난 민주화 운동이라고 한다. 1960년 당시는 이승만 정권이 독재 정치권력을 누리던 시대였으며, 제5대 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당의 이기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하여 온갖 불법적 수단을 동원하였다. 이승만 정권은 2월 28일 대구 수성천변에서 예고된 현직 부통령 장면의 유세 현장에 시민들이 참석하지 못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내렸으며, 특히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조기시험이나 임시수업 등의 명목으로 일요일 등교를 지시하면서 경북고를 비롯한 8개 고등학교 학생들이 민주화를 외치며 학교 밖 거리로 뛰쳐나온 것이다.

이러한 ‘2·28민주화운동’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최초의 민주화 운동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또한 대구 지역의 학생 시위가 전국 시위로 확산된 계기가 되었으며, 이후 ‘315마산의거’ , ‘419혁명’ , ‘518민주화운동’ 등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기반이 된 중요한 역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대구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우리 고장의 역사를 모른 채 살았다는 것이 너무도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고, 한편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한 첫걸음을 뗀 대구에서 숨쉬고 있음이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는 민주주의의 실현은 뉴스에 나오는 정치인이나 어른들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각자의 힘을 모으는 것이며 그것은 일상생활 속에서의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하셨다. 1960년 2월 28일, 형과 누나들이 한마음으로 민주주의를 외치며 학교 울타리 밖 거리로 나왔듯이! 또 아빠는 불의를 보고도 침묵하는 사람이 가장 비겁한 자라고 하면서, 불의 앞에 ‘침묵’하는 겁쟁이가 되지 말고, 정의를 위해 ‘행동’하는 용감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다. 내 이름 이준(이로울 이, 준걸 준)처럼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바른 사람으로 자라나 달라고 당부하시면서.

‘2·28민주화운동’에 대하여 공부하고 나니, 꽃다운 청춘들의 절박한 외침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역사 속 민주화운동을 기념하며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작은 실천을 통해 우리 후손들이 민주주의가 깊이 뿌리내린 나라에서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살아갈 수 있도록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태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오늘 저녁 우리 가족은 주말 나들이 장소를 결정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다.
엄마는 경주 펜션 휴양을 가자고 하셨고, 나와 아빠는 ‘2·28기념공원’ 방문 의견을 내었다. 두 가지 의견 중, 결과는 다수결 원칙에 따라 ‘2·28기념공원’ 방문으로 결정되었다. 오늘 우리 가족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작은 실천 하나로 하루를 마무리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