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금상(대구광역시교육감상)
엄마의 일기장
대구세현초등학교 6학년 강지안
어느날, 50대 주부 윤지혜씨는 자기 어머니의 방을 청소해 주다가 자신의 어머니인 김복순씨의 어릴 적 일기장을 발견했다. “뭐야? 완전 오래 되서 종이가 다 누래졌네..어? 김복순의 일기? 재밌겠는데! 엄마의 어릴적 이야기 한번 볼까?”라며 일기장을 펼쳐보았다. 일기 첫장에 “오늘은 한글을 배운날이다. 안녕~ 일기장아 나는 김복순이라고 해. 아프로 너의 주인이 될끄야. 자알 부탁해 “ 엥? 이게 첫일기 끝이네. 맞춤법도 이상하고...이때 우리 엄마는 되게 어렸나봐.

또 다시 일기를 넘긴다. 일기 두번째 장~ “안녕~ 일기장아! 나 이제 맞춤법도 많이 안 틀리도록 노력할꺼야. 나는 10살이고 대구에 살아. 나의 가족은 엄마, 아빠, 언니, 오빠가 있어. 언니랑 오빠는 지금 16살이야. 둘이 쌍둥이거든. 나이는 똑같지만 오빠가 5분 더 먼저 태어났다고 언니는 오빠를 오빠라고 불러 신기하지? 나는 친구도 많아. 민숙이랑 혜정이랑.. 되게 많지? 오늘은 이정도로만 쓸께. 그럼 내일봐 일기장아 안녕! “...응? 엄마한테 오빠가 있다는 얘기는 못 들었는데? 이모랑 자매뿐이라고 했는데, 어릴 때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일기장 좀 더 봐야겠어!”

세 번째장 “일기장아 안녕? 좀 오랜만이지? 미안해. 갑자기 아빠가 사고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넘 속상하고 슬퍼서 일기장 너를 잊어버렸어. 아~ 그리고 나 이제 12살이야. 우리 언니랑 오빠는 18살 고등학생이 되었어. 1년 동안 일기 못써서 미안해. 난 이제 한글 실력도 많이 늘었어. 오랜만에 일기를 쓰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늘은 이만 가볼게. 미안해 안녕~ “아 맞다. 엄마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했지? 우리엄마는 아빠의 사랑을 많이 못 받았겠네. 불쌍해.

“안녕! 일기장아~ 오늘은 2월 28일이야. 지금 우리 언니랑 오빠는 시위?라는 거를 하러 나갔대. 잘못하면 언니랑 오빠가 경찰들에게 붙잡혀서 집으로 못 들어올 수도 있대. 그렇게 될까봐 무서워. 엄마도 지금 집에 없고, 난 춥고 배고파. 지금 집에 나밖에 없어. 언니, 오빠, 엄마가 빨리 무사히 집에 들어오면 좋겠어.” 우리 엄마 많이 무서웠겠네. “일기장아! 우리엄마 무사해. 걱정하지마. 우리 집 앞마루에서 언니랑 오빠 기다리다 잠시 잠들었나봐. 피곤했는지 내가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빨리 못 일어나더라고! 아직까지 언니랑 오빠는 안 들어왔어. 언니랑 오빠는 괜찮겠지? 난 그렇게 믿을래! 어? 집에 전화가 울렸어. 언니랑 오빠가 시위하다 경찰에게 잡혀갔대. 그 소리를 들은 엄마는 놀라 쓰러졌고, 동네 아저씨가 엄마를 병원으로 데리고 가셨어. 난 또 혼자 집에 있어. 무서워... 일기장아 날 지켜줄래?”

“일기장아~ 우리 엄마는 병원에서 퇴원하셨는데 몸이 약해지셨어. 우리 언니랑 오빠는 집에 돌아오긴 했는데, 오빠는 경찰서에서 고문을 많이 당했는지 몸이 많이 상했어. 그래서 한동안 병원을 다녀야할 것 같아. 우리 집은 아빠도 없어서 돈도 없는데. 엄마는 돈걱정에 한숨을 쉬셨어. 난 어려서 할 수 있는 게 없어. 너무 슬퍼.” 우리엄마 마음고생이 심했겠다. 할머니랑 외삼촌이 얼른 괜찮아지셔야 할텐데..

“일기장아~ 어떡해~ 우리오빠가 병원을 자주 못가서 몸이 갑자기 안 좋아지더니 결국은 하늘나라로 갔어. 엄마는 매일 눈물로 보내셔. 하루는 엄마가 언니를 불러서 혹시 내가 죽게 되면 막둥이 복순이는 네가 돌봐야 한다고 말하는 걸 들었어. 우리 언니도 아직 고등학생인데. 엄마까지 죽을까봐 나 너무 무서워” “우리 가족이 이렇게 된 게 다 독재정권 때문인 거 같아. 그날 우리 언니오빠가 시위에만 안 나갔어도 오빠가 이렇게 빨리 하늘나라로 가지 않았을텐데 말이야. 언니가 말해줬는데,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승만 독재정권의 부정부패에 맞서 대구지역 학생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시위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거야. 그래도 나는 지금 이 나라가 원망스러울 뿐이야.” 우리 외삼촌, 이모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용기 있는 행동을 해줘서 우리가 지금 이렇게 자유스럽게 잘 살 수 있게 되었구나. 우리 엄마는 너무 슬펐겠지만 난 너무 자랑스럽네.

“일기장아~ 오빠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어. 정부가 드디어 부정선거를 무효처리한다고 하네. 그나마 다행이야. 우리 엄마도 건강을 조금씩 회복하시고, 언니도 학교 다시 잘 다니고, 나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 이제 일기장에는 기쁜 일만 쓸 수 있었음 좋겠다. 더 이상 슬픈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 우리나라도 더 좋아지겠지? 내가 힘들 때 일기장 너에게 털어놓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 고마워”

지혜야 뭐하니? 라고 엄마가 부른다. “아 깜짝이야!” “지혜 너 엄마 일기장 훔쳐보고 있었니?” “그게 처음부터 그러려고 한 게 아니고...” “괜찮아~” “근데 엄마~ 오빠가 있었다는 얘기는 안해줬었잖아. 왜 그랬어? 이렇게 훌륭한 오빠가 있었는데 말이야.” “아~ 오빠의 존재를 모르는 가족들이 속상해 할까봐 말 안했어.” “알겠어.. 그래도 외삼촌 덕에 우리가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는 거 같은데, 자랑스러운 외삼촌을 기억하고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야지... 나도 이제 잊어버리진 않을꺼야! “고맙다 우리 딸~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그렇게 그 모녀는 엄마의 어릴 적 오빠와 관련된 2·28민주화 운동을 한 번 더 기억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