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2·28민주운동 학생문학상 전국공모 우수작-입상(심사위원장상)
메아리
다사중학교 3학년 이세연
오늘도 언제나 그랬듯이 등교를 하기위해 피곤함을 이끌고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아침밥을 꾸역꾸역 먹고,단정히 교복을 차려입고 무거운 가방을 등에 지고 등굣길에 나선다. 매일 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고 학교에 갔었는데 오늘은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 인사드리지 못한 점이 마음에 걸렸다.학교에 도착하고 난 후 나는 습관처럼 책을 펼쳤다.그런데 믿기 힘든 사실을 선생님으로 부터 듣게 되었다. 원래3월 3일에 치러야 할 시험을 2월 28일인 일요일에 치르겠다고 하는 것이다.

또한 다른학교학생들도 토끼사냥,졸업생송별회,임시수업을 실행하여 일요일등교를 강행했다는 사실에 나는 쌓일대로 쌓인 화가 가슴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이게 모두 이승만정권이 시민들이 유세장에 자유롭게 나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사실에 나는 시민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이승만 정권을 그 누구보다 비판했다. 학생들에게는 자존심도 없고, 자유또한 없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 크나 큰 착각을 깨줄것이다.

오늘은 2월 28일 경북고등학교 학생위원회 부위원장 이대우의 결의문을 듣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쌓이고 쌓여 가슴까지 도달한 불이 마침내 가슴속을 파고 들어섰고 결심을 했다. 하지만 그 결심을 이뤄 내기 전에 아버지의 얼굴을 반드시 보고 가야한다.재빨리 집으로 돌아갔을때 아버지가 이미 내가 올거라는 것을 아신 듯 나를 지그시 바라보고 계셨다. 아버지의 주름 진 얼굴을 본 나는 왈칵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를 보신 아버지는 숨을 들이 마신 후 말씀을 이어나가셨다.

아들아 네 눈에서 왜 눈물이 흐르는 줄 알고있니?
그 이유는 네가 성장했기 때문이다. 네가 성장했다는 것은 내가 진정한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다. 고맙다. 내가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원동력이 되어주어서. 아들아. 가라. 가서 네 소신을 지켜라. 그리고 그들에게 저항하여서 자유를 되찾고 네 삶을 지켜라.가서 너희들의 바람을 알리거라. 끝까지 투쟁하여라. 가거라 버떡.

나는 눈물을 멈추고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선 뒤에도 나의 귀에서 아버지의 목소리가 울렸고 끊임 없이 내 귓가에 아버지의 메아리가 울려 퍼졌다. 우리들은 1시 30분경 도청에 들어가 시위를 벌였다.

지금 이 순간,우리들은 책보다 주먹이 필요했으며,무거운 가방을 들어 땀이 맺혀있어야 할 어깨에 피가 흐르고 있어야 했다. 꽤 오랜시간 우리는 시위를 벌였고 함께 연행되었다. 연행되는 도중에도 후회는 단 한순간도 하지 않았다.

이 투쟁은 나의 삶을 지키기위한 메아리며 무엇보다 나는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혹독한 고문에도 나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우리가 연행되었다고 할지라도 다른 친구들이 다시 시위를 벌여 투쟁할 것이고,그 친구들이 연행되면 또 다른 친구들이 시위를 벌일 것이기 때문이다.학생들의 투쟁이 한계에 도달하면 이제는 어른들 차례이다. 몸을 비틀거리면서도 나의 입고리는 올라가 있었고,나의 가슴과 두 눈에는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그 순간 마저도 아버지의 메아리는 이곳을 가득 채웠다. 이제 왠지 모르게 알 것 같다. 아버지의 몇분조차 되지 않았던 그 말씀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메아리란 걸. 어느새 그 무겁디 무거운 메아리는 나에게 자장가처럼 들렸고, 나는 길고도 깊은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