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2·28민주운동 글짓기 공모 수상작-동상(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장상)
학생들의 목소리 울려퍼지다
다사중학교 2학년 김태원
수업이 끝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교문을 나서는데 경찰이 나를 보며 걸어온다. ‘내가 뭘 잘못했지?’, ‘무슨 일일까’ 등 내 머릿속은 점점 복잡해져간다. 그저 경찰은 지나간 것일 뿐인데도 나에게 다가온다는 이유만으로도 많은 생각들이 떠오른다. 1960년 2월 28일, 거리로 함성을 지르며 나서다가 자신들을 진압하러 몽둥이를 들고 뛰어 오는 경찰들을 보는 학생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그들의 손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그들의 맨주먹에는 두려움과 뜨거운 열망만이 있었을 것이다. 두려움이 엄습할 때면 함께 나아가는 친구들에 의지하고 그들의 열망을 되새기며 나아갔을 것이다.
어른들은 우리에게 ‘너희들은 그냥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말한다. 1960년도의 학생들도 똑같은 말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1960년 2월, 학생들은 거리로 뛰쳐나가는 대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어떤 학생은 시험을 치고, 어떤 학생은 토끼 사냥을 가며, 공부를 하며 가만히 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그저 학생일 뿐, 언젠가 어른들이 나설 때만을 그저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교별로 모여 회의를 열고 부당함을 지적하며, 학교에 일요등교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1960년 2월 28일, 학생들은 소리쳤다.
“백만 학도여, 피가 있거든 우리의 신성한 권리를 위하여 서슴지 말고 일어서라. 학도들의 붉은 피가 지금 이 순간에도 뛰놀고 있으며, 정의에 배반되는 불의를 쳐부수기 위해 이 목숨 다할 때까지 투쟁하는 것이 우리의 기백이며, 정의감에 입각한 이성의 호소인 것이다.”
학교 운동장에는 열망으로 가득한 한 학생의 목소리가 울렸고, 그 울림은 곧 수많은 학생들의 함성으로 바뀌었다. 학생들을 만류하고 저지하는 선생님들조차도 이미 꺼트릴 수 없는 열망으로 가득 찬 학생들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 어느 때보다 학생들의 가슴속은 열망으로 가득 찼으며 두 다리는 교문 밖을 나서 정부의 부당함을 외쳤다. 곧, 거리는 검은 모자와 교복을 입은,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소리치는 학생들로 북적인다. 몽둥이를 들고 달려오는 경찰들에도 학생들은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간다. 학생들의 목소리는 함성과 절규로 더 커져갔고, 그 함성과 절규는 움츠렸던 시민들의 용기에 횃불을 밝혔다. 2·28일 그 학생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는 곧 전국으로 퍼져나갔고, 4·19혁명으로써 마침내 대한민국에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그때의 학생들도, 현재의 우리도 아직 어리다. 아직 배울 것도 많고, 어른이 되기 전 까지 경험 할 것도 산더미 같이 많을 것이다. 아직 어리기에 우리 목소리의 힘은 작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작은 힘이 사회의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된다면 그 작은 목소리의 울림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하나둘 목소리를 내게 하고 결국 다른 어떠한 목소리보다 큰 목소리가 될 수도 있다.
1960년 2월 그때 그 학생들의 목소리가 아직까지 우리들의 가슴속에서 울리듯이, 지금 우리의 목소리도 그런 힘을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