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2·28민주운동 글짓기 공모 수상작-대상
환희
대구여자고등학교 2학년 채지우
바람이 아리도록 불었다
눈을 꼭 감았다
단순히 달이 지고 해가 피어도
또 해가 지고 달이 피어도
그것은 그저 당신들의 세상이 오는 소리
무섭도록 그윽히 우릴 덮던 흰 눈이 잦아들 무렵
빨간 글씨의 날짜 아래 영문 모르고 가방을 들리니
이유 묻는 질문에는 탐탁찮은 대답 뿐이었누나
교복 차려입고 얌전히 책 읽는 것이 덕이라 하시고는
어째서 당신들은 그 손으로 해와 달을 움직이고 제비를 죽이는가
덕분에 우리는 열기 품은 들불처럼 그대들을 깨우나니
자, 가자.
꽃 필 때가 되지 않았더냐.
당신들의 세상에 흠을 내고 정의랄 것을 가져오니
평소완 다른 냄새가 나는 흙먼지가 교복에 달라붙누나
터질 듯 주입받던 덕목을 깨고 너른 세상으로 달려나가면
이것은, 우리들의 세상이 오는 소리
제비가 울고 매화가 피니
바람이 잦는다
한바탕, 먼지 묻은 시선을 닦아내면
꼭 눈부시게 환한 세상이어서
조용히 물기가 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