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2·28민주운동 글짓기 공모 수상작-금상(대구광역시교육감상)
마음의 눈
경동초등학교 5학년 하성준
눈 수술을 하고 일주일이 지났다. 경과를 보고 소독을 하기 위해 병원을 갔다. 이른 시간에 병원에 도착하여 접수를 하고 산책을 할 겸 안과 병원 근처에 있는 2·28기념중앙공원에 갔다. 눈이 아직 뻑뻑하고 불편하지만, 그래도 눈이 아프니 세상이 달리 보이는 것들이 많다. 매일 하는 세수도, 책을 보는 일도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집 앞에 나무도 시원해 보이고 매일 아파트 앞에서 마주치는 경비원아저씨도 반갑다. 일상이 이렇게 소중한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아무도 없는 공원을 엄마와 걸으며 왜 나만 이렇게 눈이 말썽을 부리냐며 속상해 했다. 엄마도 수술실에 들어가는 내 모습을 보며 끝내 눈물을 보이셨다. 공원을 걸으며 엄마는 지금 상황을 너무 속상해하지 말자고 하셨다. 마음의 눈을 떠, 소중한 것을 발견한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하자고 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당연한 것들도 어쩌면 누군가에게 목숨을 걸고 싸워 이루어 낸 것일지도 모른다는 말씀도 해 주셨다.
2·28 기념 중앙공원을 구석구석 살펴보니, 지난해 집에서 온라인으로 사회 수업을 하며 2·28에 대해 공부했던 생각이 났다. 나는 내가 살아가는 이 사회와 세상에 너무 무관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나만의 아픔으로 괴로워하지만 나도 세상을 향해 귀를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주주의는 무엇일까? 우리는 지금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유의 소중함을 잘 지키고 있을까?
1960년 2월 28일 우리의 형, 누나들이 거리로 나가 외치던 독재는 역사 속으로 영원히 사라졌을까? 이런 질문들에 우리는 긍정의 답을 하지는 못할 것 같다. 여전히 화합보다는 분열이, 국민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정치가, 뉴스로 나와 국민을 화나게 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우리는 ‘2·28민주운동’ 이라는 거울 앞에 서 보아야 한다. 이승만 독재 정권의 부정과 부패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대구지역 고등학생 형.누나들이 중심이 되어 일어난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 운동! 부모님의 걱정에도, 선생님들의 만류에도, 작은 함성을 모아 심장을 깨우고 머리를 움직이게 한 민주주의의 씨앗인 2·28민주운동 앞에서 오늘, 우리를 비추어 보아야 한다.
당시 이승만 정권 독재는 보이지 않는 독초가 되어 우리 온 강산을 파고 들었다. 모두들 가난했기에, 그 어려운 전쟁을 겪은 어른들은 움츠려 들어 어린 학생들에게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어른이 되어서 싸우라 했다. 그러나 독초가 가득한 땅을 갈고 씨앗을 뿌리기 위해 단 하루도 물러설 수 없었을 것이다. 의기투합하여 국민을 해치는 정권을 나무라며 거리마다 이어지던 행렬 속에서 더 용기를 내고 서로 일으켜 세워 주며, 부정한 것을 물리치는 용기에 하늘은 감동했을 것이다. 그 길이 민주주의의 길인 것을 알아도 쉽게 나설 수 없었던 어른들은 형, 누나의 뒷모습에 뭉클했을 것이다. 그것이 자긍심이 되고 정신이 되어 대구를 수놓고 3·15 마산의거로, 4·19혁명으로 불타올랐을 것이다. 그렇게 이루어낸 민주주의를 나는 왜 한 번도 귀하다 생각하지 못했을까?
이른 아침부터 한여름의 햇살은 모든 것을 태워 버릴 모양이었다. 그런 햇살에도 꿋꿋하게 서 있는 시비 앞에 섰다. ‘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까닭’이라는 2·28 대구 학생 데모를 보고 쓴 시였다. ‘설령 우리들의 머리 위에서/ 먹장 같은 구름이 해를 가리고 있다 쳐도/ 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까닭은/앓고 있는 하늘/ 구름장 위에서/ 우리들의 태양이 작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시는 말하고 있었다.
자유는 태양 같은 것이라 먹구름이 가릴 수는 있어도 없앨 수는 없는 것이다.
오늘에서야 난 마음의 눈으로 모진 시련 속에 단련되어 가는 민주주의를 보았다. 이제 난 마음의 눈을 열어준 나의 상처 난 눈을 더 사랑해 줄 것이다.
그리고 당당하게 행동하는 청년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