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2·28민주운동 글짓기 공모 수상작-금상(대구광역시교육감상)
미안해, 미얀마
대구동도중학교 1학년 최홍준
이번 여름방학은 유난히 즐겁다. 도쿄 올림픽이 열리고 있어서다. 연일 펼쳐지는 멋진 경기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다. 5년 만에 찾아온 기회를 잡고자 전 세계의 수많은 선수가 온 힘을 기울이고 있고 우리나라 선수들의 모습 을 볼 때마다 신이 난다. 무더위와 코로나 19 때문에 짜증이 났는데 우리 선수들이 연마한 실력을 보는 게 내게는 큰 기쁨이다. ‘올림픽이 지나가고 방학이 끝나면 어쩌나?’ 걱정될 정도로 올림픽은 세계인의 잔치인 것 같다. 그런데 며칠 전 도쿄올림픽 국립경기장 밖에서 세 손가락을 들고 항의하는 미얀마인들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편치 않다.
일본에 거주하는 미얀마인들로 미얀마 군부와 선수단을 비난하는 것이란 설명을 듣고 마음 한편이 무거워졌다.
지난 2월1일 아침이었다.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국가고문 아웅산 수치와 대통령 윈 민 등 여당 지도자들을 축출하고 가택연금 한 것이란다. 그리고 쿠데타 발생 몇 시간 뒤에 미얀마 군부는 1년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하 고 미얀마 군부의 참모총장인 민 아웅 흘라잉 에게 권력이 이양되었음을 밝혔다.
미얀마 국민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직접시위, 시민 불복종, 온라인 행동주의 등 다양한 종류의 항의 시위를 펼쳤다. 피를 흘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급기야 반 쿠데타 시위에 참가한 여성이 미얀마 경찰의 실탄 사격을 받고 뇌사 상태에 빠지는 일이 벌어졌고 그 후에도 계속해서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얀마의 현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그들의 절규와 절망이 너무나 애절하고 안타깝다.
올림픽이나 코로나에 이들의 고통이 잊힐까 조바심까지 난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라는 민주주의 이념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21세기에 이런 식으로 국민의 권리가 침해되는 일은 있어날 수 있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아버지에게 물어보니 현재의 미얀마 국민의 모습은 60년 전 우리의 모습을 너무도 닮았단다.
1960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2월 28일이었다. 일요일이었던 이날 대구 도심 거리 곳곳에서 학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경북고, 경북여고 등 대구지역 8개 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생들은 자유와 정의를 외쳤다. 시위는 이승만 정부가 이 날 열리는 야당의 선거강연회에 학생들이 참석하는 것을 막으려고 일요일 등교를 지시한 것이 발단이 됐단다. 그동안 이승만 정권의 장기 집권과 ‘관제데모’ 동원에 불만을 품어온 대구지역 고등학교 지도부들은 이날 대구 중심가 에서 항의시위를 하기로 사전 모의했고, 학생들은 이날 교문을 박차고 나와 항의 시위를 벌인 것이다.
남학생들뿐만 아니라 많은 여학생도 참가했다. 이 시위는 마산, 대전, 부산, 서울 등으로 확산하여 3·15 마산의거와 4·19혁명의 출발점이 되었다. 시위 다음날인 29일은 전주에서, 3월 8일, 10일, 12에는 각각 충청도 대전과 충주, 청주에서, 15일에는 마산으로 갔다가 4월 19일에는 광주로 옮겨 붙었다,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를 태동시킨 산파역을 한 것이다.
현재의 평가는 명확하다. 1953년 종전으로 분단체제가 완성되고 이승만 독재체제가 확립되고 나서, 관제데모가 아닌 ‘최초의 자주적 시위’이며 ‘한국민주혁명의 출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8년에 2·28 민주운동을 기념하고자 2월28일을 국가기념일로 제정되기도 했다. 매년 이날이 되면 국가보훈처에서 주관하는 기념행사와 함께 유공자 표창, 행진 재연행사 등이 펼쳐진다.
기념일 제정 첫해인 2018년에는 2·28기념중앙공원에서 2·28 찬가 노래비 제막식이 있었고 2·28민주운동 기념탑 참배, 2·28 민주운동 기념식, 2·28 민주운동 거리행진 재현행사 등이 진행되기도 했다. 명실 공히 2·28 민주운동이 대구를 대표하고 한국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것 같아 무척 뿌듯하다.
현재 전 세계에는 아직도 독재로 고통받는 나라가 많다. 신문과 방송을 통해 접하는 북한의 현실은 암담하다 못해 무섭기까지 하다. 북한의 탈북민 꽃제비, 정치범수용소에 갇힌 이들뿐만 아니라 북한주민 모두가 독재에 신음하고 있다. 참다못한 북한 주민들의 탈출행진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유학생·엘리트들도 북한을 탈출하는 상황이다. 홍콩, 신장위구르, 미얀마 등지에서 벌어지는 자유·인권 탄압도 마찬가지다. 자유와 평화를 향한 주민들의 마음이 군홧발에 무자비하게 찢기고 있다. 미군이 철수한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중동 여러 국가도 북한·미얀마의 전철을 밟을 기세다. 독재에 반대하는 민권운동의 상징인 2·28민주화운동이 하루빨리 이들 나라에 자리 잡았으면 한다.
이를위해 우리는 이러한 숭고한 2·28 민주운동의 정신과 가치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또한 더 나아가 우리는 미얀마, 북한 등과 같이 민주주의 이념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곳에도 우리나라의 2·28 민주운동 정신과 가치를 널리 확산시켜 나가야한다. 앞서 언급한 미얀마 군부 쿠데타도 민주주의 이념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데에서 온 안타까운 비극이라 할 수 있다.
새마을 운동처럼 세계로 전파되고 뿌리내려 다시는 반민주 정신과 독재국가가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전 세계인들이 자신과 다른 급진적인 사상이나 표현까지도 보장해주는 민주체제에서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길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