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2·28민주운동 글짓기 공모 수상작-금상(대구광역시교육감상)
동방의 빛
다사중학교 2학년 변주희
촛불 다시 켜지는 날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이는 경북고등학교에서 2월 28일 대구고 이대우 학생부위원장의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 있던 모든 학생들에게 울려퍼진 결의문 중 한 구절이다.
나와 비슷한 나이의 학생들이 이승만의 독재와 자유당의 억압에 반대하여 시위에 나선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이 결의문을 하나하나 읽어보면 내가 그 순간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나의 동방의 밝은 빛이 모여 큰 불을 이루는 모습은 가히 상상만 하여도 큰 두려움과 동시에 경외감이 든다. 그 시대에 진정한 지식인이었던 학생들이 일어난 것은 단지 일요일에 토끼잡기나 영화감상, 시험실시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학생의 신분으로 정치적 도구가 되는 것을, 자유를 억압받는것을 허용치 않았다. 그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그곳에 기꺼이 몸을 던졌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경찰들의 폭력에 대응하며 어떻게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펼쳐 나갈 수 있는 것일까?
내가 어릴때 보았던 동화책에서 언제나 악당은 멋진 갑옷과 날카로운 칼로 무장한 주인공에 의해 처참히 망가뜨려졌다. 하지만 그날의 영웅들은 날카로운 칼도 멋진 갑옷도 없었다. 그들은 오직 그들의 신념만을 몸에 지닌채 불의에 맞선 것이다.
나는 언제나 학교라는 보호소에서 안전하게 지식을 얻으면서 평화롭게 지내고 있다. 나에게 이런 상황이 주어진다면 이런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사실 한 발짝 나서기도 두렵다.
그러나 그들은 주저하지 않았다. 누구나 평화를 좋아하고 더군다나 혈연이 공적인 위치에 있어 쉽게 나서기도 어려웠을 텐데 그 용기와 열망은 어디서 온 것인지, 그들의 의지를 불타오르게 한 그 불씨는 무엇인지 나는 의문스 럽다. 하지만 그 불씨의 횃불이 뒤덮었던 그날의 정의로운 순간은 나의 의문성을 비웃기라도 한 듯 큰 감동을 준다.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그것은 어떤 것인가? 너무나 당연시 해왔기 때문에, 민주주의 사회에 너무나 익숙해져 왔기 때문에 자유를 빼앗긴 우리의 선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넘치는 조국에 대한 사랑으로 쥐고 있던 연필을 내려놓고 누군가의 함성에 동조하여 나라에 저항한 동방의 빛들이 만들어낸 역사의 한 장면을 보고 존경의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학교를 다니면서 지식을 배우고 책 속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많은 것들을 보게 된다. 과거의 좋은 사상과 위대한 위인들은 본받을 만하지만 반대로 치부와 어리석음은 부끄러운 인류의 과거이기도 하며 이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이 책 속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사상과 이념을 깨우치게 되고 고개를 들었을때 그들이 마주한 현실은 책 속에서 배운 이상적인 자유 민주주의가 아니라 그 껍데기만 남아 속에는 독재정권이 가득 매워져 있었다.
나는 언제나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지만 그들은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치명적 오점을 발견한 그들은 이것을 고치고 올바르게 만들려고 투쟁하였다.
나는 누군가 써놓은 기록에 의해서 어떻게 인간이 그들을 오도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났는지 알 수 있지만 그 어린 지식인들은 당시의 불합리와 자신들이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되었다는 뻔히 보이는 사실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당시 학생들이 존경스러운 이유 중 첫번째는 현재의 국가가 옳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정도의 지식을 겸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그것을 보고 무시하지 않고 눈을 감을 수도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절대적 약자가 그 시대의 독재자에게 반발했다는 것이다.
이 덕분에 4·19 혁명 등 여러 다른 시위가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나 또한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자유당인 이승만 정권에 맞서 ‘야당도시’ 라고 불리며 정의로운 도시였던 대구의 한 주민으로서 대구의 학생들이 한 기여를 생각하면 무척 자랑스럽다.
비록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당시 민주화 운동을 벌였던 대구 사람들에 비해 어떠한 것도 하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나 또한 대구의 학생으로서 그때의 일을 기억하고 국가의 부정에 반하여 일어설 수 있는 사람 이 되고 싶다.
후에 내가 누군가에게 기억될 만큼 큰일을 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독재정권에 대항하였던 대구의 신념과 강직함을 생각하며 살아간다면 좀 더 정의롭고 민주적인 시민으로 세상을 마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