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28 민주운동 공모전에 참여하려고 하니 막상 2·28 민주운동에 대해 많은 것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몇 시간동안 컴퓨터로 2·28 민주운동에 대해 알아보고 달성 도서관에서 관련된 책을 찾아보았다. 228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자료를 검색해 본 것은 물론이다. 이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을 요약하면, 우리 대구 학생들이 고귀한 희생을 해 지금 우리가 이렇게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사람들의 희생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2·28 민주운동은 1960년 2월 28일, 3·15 대통령 선거를 하기 전 대구시의 많은 학생들이 자유당의 독재와 불의에 대해 시위를 벌인 것이다. 대구 경북고에서 시작하여 8개의 고교 학생들이 시위에 참여했다. 경북고등학교의 조회단에서 부위원장 이대우가 결의문을 읽고 교문을 나서 시위를 했는데, 결의문의 내용이 감동적이었고 당시 학생들의 열의가 느껴졌다.
“백만 학도여, 피가 있거든 우리의 신성한 권리를 위하여 서슴지 말고 일어서라. 학도들의 붉은 피가 지금 이 순간에도 뛰놀고 있으며, 정의에 배반되는 불의를 쳐부수기 위해 이 목숨 다할 때까지 투쟁하는 것이 우리의 기백이며, 정의감에 입각한 이성의 호소인 것이다.”
위의 결의문을 읽으면서 시위에 나섰던 학생들이 얼마나 정의로웠는지, 얼마나 우리나라를 사랑했는지 느껴졌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칠 각오까지 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이렇게 나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설 사람을 오늘날 쉽게 찾아볼 수 있을까? 대구의 학생들 덕분에 지금도 등 따뜻하고 배부르게 글 쓰고 있는 나 역시 자신을 희생해서 나라를 위해 쉽게 나서지 못할 것 같다.
자유당 정부는 대구 학생들이 장면 박사의 유세장에 몰려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해 어이없는 핑계들로 일요일에 등교를 하게 했다. 토끼사냥, 임시시험ㆍ수업, 단체 영화관람, 졸업생 송별회. 일요일 등교를 시키기 위해 별의별 핑계를 다 됐구나 싶었다.
하지만 우리의 지혜로운 대구 학생들은 그것에 대해 속지 않았다. 경북고등학교의 학생들이 '학원을 정치도구화 하지 말라!' 라는 말을 외치며 가두시위를 벌였다. 여기서 '정치도구화'란,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하는 수단이나 방법이 된다는 것인데 자유당 정부가 학생들을 수단으로 삼았다는 사실이 실망스러웠다.
가두시위를 벌인 경북고등학교 학생들을 본 대구의 또 다른 고등학교 학생들도 나서서 27일,시위를 벌였다. 외친 구호에는 '횃불을 밝혀라, 동방의 꽃들아'와 '학원의 자유를 달라', 그리고 '학원 내에 미치는 정치세력 배제하자'라는 것 등이 있었다. 이 날 시위에서 220여명 이상이 경찰들에게 체포되었고 그 중에는 교수들도 있었다고 한다. 대구 학생들의 이런 용기와 희생에 대구지역 언론은 힘을 얻어 를 보도해 마산, 부산, 대전, 서울 등으로 시위가 확산된 것이다.
이후 4·19 혁명으로 이어지게 되었고 마침내 우리 대구 학생들과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 덕에 지금 나 같은 학생들이 이렇게 자유롭게 공부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공부하기 싫어 투덜거렸는데 공부를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는 건 큰 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2·28 민주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조사하면서 알게 된 김윤식 시인의 '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까닭'이라는 시가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인 것 같다. 김윤식 시인은 농사지은 땅콩을 팔기 위해 시장으로 가는 길에 2·28 학생시위대를 보고 '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까닭'을 썼다고 한다.
김윤식 시인이 쓴 이 시는 그저 문학 작품일 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계속 마음속에 되새겨야 할 역사이기도 하다. 당시 시민의 눈에 비친 당시의 모습을 압축해서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역사적 자료가 되기에 함께 되새겨볼 만하다. 시가 꽤나 길어 다 실을 수 없어 처음과 마지막만 소개해 보고자 한다.

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까닭
-2·28 대구학생데모를 보고-
김윤식

설령 우리들의 머리 위에서
먹장 같은 구름이 해를 가리고 있다 쳐도
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까닭은
앓고 있는 하늘
구름장 위에서
우리들의 태양이 작열하고 있기 때문

지금은 봄
옥매화 하얀 송이 대한의 강산에서
3월의 초하루를 추모하는 너희들 학생의 날!
아아 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까닭은
저리 우리들의 태양이 이글거리기 때문.

정말 다시 보아도 멋진 시다. ‘먹장 같은 구름이 해를 가리고 있어도 우리들의 태양이 작열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사회를 이루기 위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 학생들의 희생을 기리는 시이다. 나도 시에 나오는 멋진 학생이 되고 싶다. 이 시는 2·28 기념중앙공원에 있는 비에 새겨져 있다고 한다.
예전에 가족과 함께 대구의 번화가 동성로에 있는 2·28 기념중앙공원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는 어릴 때이기도 했고 역사적인 지식이 없어 이러한 멋진 시가 있는지 몰랐다. 더위가 좀 잠잠해지면 가족들과 함께 그곳을 찾아 시를 찾아보며 2·28 민주운동의 뜻을 기려보고 싶다.
이 공모전에 나오면서 김윤식 시인을 만나 이렇게 멋진 시를 알게 되어서 기쁘고 2·28 민주운동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서 뿌듯했다. 참 좋은 경험이었다. 마지막으로 우리 세대를 포함해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까지도 대구 학생들의 고귀한 희생을 마음에 되새기며 아주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