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력이 절대적인 세력을 가지고 국민을 압도하던 시절이 있었다. 민주주의가 억압되고 국민의 삶이 어려워지고 있었지만 부패한 독재 권력은 마치 거대한 장벽 같아서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때 나의 고장 대구에서 민주주의의 횃불을 든 용기 있는 외침이 시작되었다.
발췌개헌과 사사오입개헌이라는 비민주적 개헌 과정을 통해 장기 집권을 위한 독재 권력을 강화한 자유당 정권. 1960년 3월 15일 실시될 예정이었던 제4대 대통령 선거 및 제5대 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 후보 이승만, 부통령 후보 이기붕의 당선을 위해 모든 불법적인 수단을 총동원했다.
하지만 강력한 야당 부통령이자 현직 부통령이었던 장면으로 인해 이기붕의 당선을 자신할 수 없게 된 자유당 정권. 2.28 민주운동은 이런 배경 속에서 장면 박사의 유세장에 학생들이 참석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조기 중간고사, 토끼사냥, 영화관람 등의 명분을 들어 대구의 8개의 공립 고등학교에 일요일 등교 지시를 내렸다. 학생들은 일요등교 방침이 알려진 직후부터 각 학교에 일요등교를 철회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에 2월 27일 오후 경북고 이대우 학생부위원장의 집에 학생들이 모여 부당한 일요 등교에 항의하기 위한 시위를 조직하고 결의문들 작성했다. 1960년 2월 28일 일요일, 수많은 사람들이 도심 한가운데로 뛰쳐나왔다. 검은색 모자와 교복을 입은 학생들. 이날 도심으로 나온 학생들은 약 8천여 명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의 집권 연장을 위한 부정선거, 자유당 정권 독재와 부정부패에 항거해 경북고, 경북여고, 경북대사대부고, 대구고 등 대구 지역 8개 학교 학생들이 민주 운동을 하였다.
“백만 학도여, 피가 있거든 우리의 신성한 권리를 위하여 서슴지 말고 일어서라.”
경북고 학생부 위원장 이대우 등이 격앙된 목소리로 결의문을 읽자 흥분이 고조된 학생들은
함성을 지르고 손뼉을 쳤다. 마침내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최초의 반독재 민주화 운동의 횃불이 타오른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윈스턴 처칠이 남긴 명언이다.
처음 2.28 민주운동을 접했을 때 나는 2.28 민주운동이 누가 주도했는지 왜 일어났는지도 몰랐다.
나의 고장 대구에서 일어난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화 운동을 이때까지 모르고 있던 내가
부끄럽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했다. 이번 글짓기를 하면서 2.28 민주운동에 대한 영상도 찾아보고, 기념회관에도 다녀오면서 2.28 민주운동이 어떤 운동인지 공부해 볼 수 있게 되었다. 2.28 민주운동이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불씨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3.15 마산의거나 4.19 혁명에 비하여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2.28 민주운동을 조사해 보면서 내가 가장 놀랐던 점은 학생들이 주도했다는 점이다.
‘내가 당시에 고등학생이라면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이 시위에 용기 내어 참여할 수있을까?’ 이 질문에 떳떳하게 대답할 수 없는 내가 부끄러웠다. 학생들은 그냥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이 민주운동을 해서 세상이 바뀔까 하는 의문도 있었다. 2.28 민주운동은 이런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학생들의 외침은 독재 권력의 거대한 장벽 앞에서 한없이 작을 수 있음을 학생들도 스스로 알고 있었을 것이다. 경찰에게 붙잡히고, 감옥에 갇힐 수도 있을 것이라는 걸 학생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침묵하지 않고 용기를 내었다. 거대한 장벽을 넘어서서 세상을 조금씩 바꿔 보자고. 이승만 독재에 숨죽인 지역 언론들도 그날의 고등학생 시위를 학생의거로 보도하였다. 학생들의 용기는 시민들의 지지를 받아 결국 거대한 장벽을 무너뜨리고 세상을 바꾸었다. 2.28 민주운동에서 켜진 불씨는 3.8 대전 민주의거, 3.15 마산의거를 거쳐 비로소 4.19 혁명에서 활활 타오르게 되었다. 4.19 혁명 일주일 뒤인 4월 26일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하며 독재 정권은 끝이 났다. 학생들이 이 땅에 민주주의를 싹틔웠다.
그 날의 노고가 없었다면 우리는 현재 개인 또는 집단에서 권력을 모두 차지하는 독재정권 밑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런 일이 미래에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선배님들은 목숨을 걸고 싸우신 것 같다. 선배들의 노고가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제 우리의 차례가 왔다. 우리는 그날의 선배님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선배님들이 목숨을 걸어 이 땅에 싹틔워주신 민주주의를 우리가 잘 가꾸어나가 미래까지 잘 전해주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들 덕분에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을 감사하게 여겨야겠다. 이런 훌륭한 일이 나의 고장 대구에서 일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잊히지 않도록 기억해야 하는 것도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선배님들, 고맙습니다. 그리고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