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2·28민주운동 글짓기 공모 수상작-입상(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장상)
가장 깊은 밤에 빛났던 별들
경북공업고등학교 3학년 조민지
입구에서 먼저 보였던 것은 민주화에 타오르는 횃불 조명등과 “횃불을 밝혀라 동방의 빛들아!”라는 문구였다. 난 이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잘 모른다. 역사책에서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있다 하더라도 몇 줄 되지 않는 내용일 것이다. 학교 과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온 곳이라 내용을 봐도 재미도 감동도 없었다. 참여했던 고등학교 중에 경북고등학교가 있었다. 내가 다니는 고등학교에 대한 설명이 적힌 것을 보자 조금 흥미가 생겼다. 설명을 보고 있는데 뒤쪽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보니, 아주 낡은 문 뒤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그 문을 열었는데, 복도가 나왔다. 소리는 밖에서 들려왔다. 창문 밖에는 아까 기념관에서 본 학생들의 사진이랑 비슷한 모습이다. 난 그제야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들어왔던 문을 다시 열었더니 빈 교실이 나왔다. 기념회관이 나와야 하는데, 왜 보이는 것은 빈 교실뿐인가, 황당한 상황에 누군가 말을 걸었다.
“야,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이다. 우리도 퍼뜩 나가자.”
그 애의 손에 이끌려 나는 운동장으로 나왔고, 기념관에서 보았던 결의문을 누군가가 낭독하고 있었다.
“백만 학도여, 피가 있거든 우리의 신성한 권리를 위하여 서슴지 말고 일어서라. 학도들의 붉은 피가 지금, 이 순간에도 뛰놀고 있으며, 정의에 배반되는 불의를 쳐부수기 위해 이 목숨 다할 때까지 투쟁하는 것이 우리의 기백이며, 정의감에 입각한 이성의 호소이다.”
낭독이 끝난 뒤에 모든 학생이 교문을 나가려 했다. 선생님들은 막아섰고, 그중 한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야들아, 계란으로 바위가 깨지겠나? 그리고 너거 이렇게 데모하다가는 천벌 받는다.” 선생님의 한마디에 학생들은 술렁거렸다. 하지 말자는 학생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렇게 끝나버린다면 역사는 바뀔 것이다. 그러므로 시위는 계속되어야 한다. 빨리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해낸 거라고는 영화 ‘변호인’의 명대사였다.
“선생님, 바위는 죽은 것이지만, 계란은 살아서 바위를 넘을 겁니다. 그리고 데모한 사람이 천벌 받으면 데모를 하게 한 사람은 무슨 벌을 받는 겁니까? 저희를 막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닙니다.”
“..그래 맞다. 데모하게 만든 사람을 막아야 하는 일이지. 내가 안 막더라도 경찰들부터 시작해가 계속 너거를 막아서겠지만, 이 교문이라도 선생님이 열어 줄게. ”
교문이 열리자 학생들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거리를 행진했다. 하지만 경찰들은 끊임없이 우리를 제지하였고, 많은 학생을 폭행하고 체포해갔다. 계속된 만류로 시위대는 흩어졌고, 우리는 다시 학교에 모이게 되었다. 교실에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선생님이 계셨다.
“얘들아, 이제 데모하는 건 그만하고 다시 하더라도 실패할 기다. 내일부터 정상 등교하길 바란다. 이상이다.”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았다. 선생님 말씀이 맞는다며 이제 그만하자는 애들이 점점 늘었다. 이렇게 멈추면 안 된다는 생각에 선생님의 말씀을 반박할 말을 생각했다. 이번에 생각해낸 것도 명대사였다.
“얘들아, 오직 실패만이 어째서 실패했는지를 알려준다. 우리는 다른 방법으로 다시 시도하면 된다.”
내 말에 다시 열기가 올랐고, 내일은 다른 학교도 시위를 할 수 있을 거라며 체포된 친구들도 다 데리고 오자고 다시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교실을 나섰는데, 복도가 아니었다. 아무래도 다시 돌아온 모양이다. 난 이 일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알기 위해 기념관의 설명을 다 보았다.
“경대 사대부고, 매일 신문사를 찾아 4개 항의 결의문을 전달”
“대구 상고, 29일에 28일 시위에서 연행된 경북고 학생들의 석방 요구를 하였고 구속된 학생이 없다는 것을 확인”
계획대로 되었다. 아주 기쁜 감정에 휩싸인다. 난 분명 2·28 민주화 운동이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2·28 민주화 운동은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을 준다.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로운 삶은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이라면 당연한 권리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런 것을 위해 자신의 인생, 꿈, 가족 많은 것을 걸어 희생했다는 것이다. 우리도 그들처럼 옳고 그름을 아는 양심, 부당하다는 것을 외칠 수 있는 용기, 남을 위해 희생하는 헌신적 정신을 본받아 다음 세대를 위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