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학생들의 용기에 감사를 표합니다.

요즘 코로나 19로 인해 집에 있는 날이 잦아지며 평소에는 잘 열어보지도 않던 책들을 꺼내 읽게 되었다. 그 중 학교 사서 선생님께서 읽어보라고 주셨던 [들풀, 바람이 되다]라는 책이 있었다. 이 책에 나오는 2·28이라는 숫자는 대구에 사는 내가 친구들이랑 시내에 갈 때 타는 버스에서나 보던 게 전부였다. ‘2·28 기념 중앙공원 앞.’ 2·28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고 굳이 알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3·15의거, 4·19혁명 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다양한 매체에서 쉽게 접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28 민주운동에 대해서는 제대로 배워본 적도 접해본 적도 없었다.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2·28 민주운동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2·28 민주운동의 시작은 우리 같은 어린 학생들이었다.

1960년 2월.
12년 동안 이승만정권의 독재와 부정부패가 이어졌던 때였다. 이승만정권을 꺾을 유일한 열쇠였던 야당의 ‘장면’, 그를 지지하기 위해 학생들이 장면 후보의 유세장을 찾아갔지만 당국은 학생들을 못 가게 말렸다. 아니 협박하였다. 그들은 학생들이 장면 후보의 유세장에 못 찾아가도록 일요일 등교 지시를 내렸고 학생들을 3월에 치를 예정인 시험을 앞당겨서, 토끼사냥을 해야 해서, 졸업생 송별회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등의 어이없는 이유로 일요일까지 학교에서 발 묶여 지내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지금의 나로서는 5일 동안 학교에 가는 것도 힘든데 7일을 꼬박 학교에 간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그들이 화가 나는 건 나처럼 단순히 일요일 등교가 싫어서가 아니었다. 학생들이 정치놀음에 희생되는 것, 그것이 싫었던 것이다.
1960년 2월 28일 오후 1시경.
대구 경북고 학생부위원장이었던 이대우는 운동장 조회단에서 결의문을 읽었다. “우리는 일치단결하여 피 끓는 학도로서 최후의 일각까지 부여된 권리를 수호하기 위하여 싸우련다(결의문 중 일부).” 결의문을 읽던 이대우와 그것을 지켜보던 많은 학생들은 얼마나 분했을까, 얼마나 억울했을까, 또 얼마나 무서웠을까. 나는 감히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선생님들과 부모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학교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그들은 외쳤다.

“횃불을 밝혀라, 동방의 빛들아”

“학원의 자유를 달라”

“학원을 정치 도구화하지 말라”

그리고 그 모습을 찍어 기사를 낸 기자들로 인해 더 많은 지역까지 영향을 미쳐 전국에서 자유를 향한 처절한 외침이 시작되었다. 결국 국민의 힘으로 부정하고 부패한 이승만의 독재정권을 무너뜨린다.

광복 이후에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던 나는 이승만의 독재정권은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항상 다니던 길에 있던 2·28 기념공원의 2·28 민주운동이 그 이승만의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게 된 출발점이라는 것도 충격이었다. 2·28 기념공원이 무엇인지, 왜 지어졌는지조차 알지 못했던 내가 너무 부끄럽다. 빨리 알지 못했던 것,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 다 너무 죄송스럽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아직도 모르는 많은 친구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어린 학생들의 용기 있는 움직임에 지금의 우리가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도 그들처럼 밤하늘의 반짝이는 빛이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