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2·28민주운동 글짓기 공모 수상작-동상(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장상)
선충은 나를 파먹는다
창원대산고등학교 1학년 윤석진
한 입
두 입
그 벌레가 날 좀먹는 게 느껴진다.
그 사실을 안다.
벌레를 막아야 한다.
하지만 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합리화라는
진흙 속에 핀 연꽃으로
내가 아무것도 못 하는 건
나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되고
무모한 이들을 비웃을 원동력이 된다.
그렇기에
난 그냥 서 있어도 된다.
그렇기에
난 무기력하게 서 있을 수밖에 없다.
벌레는 점점 내 깊숙한 곳까지 파먹기 시작한다.
저항할 힘이 없다.
무모한 이들이 내게 했던 말들을 떠올린다,
다치기 싫은 마음에 현실에 안주하는
늙고 겁먹은이라 했었나.
피곤하다.
눈꺼풀은 세상을 어둠으로 인도한다.
사라져가는 세상의 그 끝에 본 것은
심장에 손을 찔러 넣어
벌레를 꺼내려는
무모한 이들
그들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