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2·28민주운동 글짓기 공모 수상작-은상(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장상)
정의를 말하기가 두려운 약자에게
중리중학교 3학년 권세현
역사를 알면 알수록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들이 많아요. 그중에서, 강자가 나쁜 마음을 먹고 불의를 행하더라도 약자가 바른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일이 그것이지요. 약자는 강자의 보복이 두려웠어요. 약자가 용기를 내어 겨우 바른말을 하더라도 세상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지요. 많은 경우, 약자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한 척,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한 척,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는 척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면 약자는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것일까요? 폭주하는 강자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어떻게 해야 힘의 원리에 맞설 수 있을까요?
그 해답은 2·28민주화운동에서 찾을 수 있어요.
2·28민주화운동은 불의한 방법으로 권력을 연장하려는 이승만 정권에 대항하여 처절하게 약자인 대구의 학생들이 벌인 위대한 운동이에요. 그날 흘렸던 학생들의 눈물은 이후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되어 결국 이승만 정권을 물러나게 하는 역사적인 결과를 낳았지요.
혹시 학생들이 독재에 항거하며 거리로 뛰어나갈 때,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뭐라고 했는지 아시나요?
“너희들은 너무 작고, 어리고, 힘이 없어. 이 시위는 자칫하다가는 다치거나 위험하게 된다고. 게다가 너희들이 시위를 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뭐니? 지금 공부나 열심히 해서 나중에 사회에서 성공하면, 그때 세상을 바꾸면 되지 않니.”라고 말렸다고 합니다.
틀린 말씀이 아니에요. 많은 학생들이 흔들렸을 거예요. 하지만 동시에 또 다른 목소리가 학생들을 괴롭게 했어요. 바로 정의 앞에 일어선 내면의 목소리였겠지요.
돈과 권력을 등에 업은 권력의 힘은 너무나 강해서 깨트리기가 매우 어려워요.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에요. 정의로운 목소리가 해낼 수 있어요. 강자의 폭주를 멈출 수 있는 것은 정의를 믿는 것이에요. 힘의 원리에 맞서는 것은 더 크고 강한 힘이 아니라, 절대 변하지 않고 깨지지 않는 우리 안의 진리의 힘이에요. 아무리 작아도, 한 사람에게만 있어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 진리의 힘.
바른 소리를 내는 것이 두렵나요? 내가 나서 봤자, 세상이 바뀌지 않을까 낙심되나요? 정의가 불의를 이긴다는 진리는 60년 전 대구 학생들이 증명해 낸 사실이에요. 대구 학생들뿐만 아니라, 우리 역사에는 일제강점기 시절 3·1운동의 주역들부터 촛불혁명의 시민들까지, 정의를 위해 싸웠던 멋진 학생 선배들이 아주 많아요. 역사 속 선배들이 먼저 간 길을 바라본다면 이미 정의의 길에 접어든 것이라고 확신해요.
정의를 말하기가 두려워도 한발씩만 떼어 보아요. 당신은 그저 당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옳다고 여기는 것을 말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돼요. 약자의 목소리가 이끌어온 역사를 보며 용기와 힘을 얻으시기 바라요. 역사 속 선배들과 당신 곁의 친구들이 도와줄 거예요.
오늘, 정의를 말하는 당신 덕분에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