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2·28민주운동 글짓기 공모 수상작-은상(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장상)
6월의 어느 날
화원고등학교 2학년 고지원
지금은 2020년 6월의 처음과 끝을 오가고 있는 그 중간 어디쯤이다.
나는 대구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대구에서 쭉 자라왔다. 하지만 대구에서 자라온 세월만큼 대구에 대해 특히 역사에 대해 그리 많이 알지 못한 채 살아왔다. 대구의 역사를 상세히 펼쳐 볼 기회가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내가 대구의 역사를 펼쳐 볼 생각조차 없었던 것인지는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사실 내가 대구에서 약 18년 정도 살아오면서 반월당, 중앙로, 두류 공원, 이월드 등 사람들에게 알려진 곳은 웬만하면 다 다녀와 봤다. 하지만 2·28 공원은 스쳐 지나갈 뿐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또한 2·28 민주 의거 기념탑은 있는지조차 몰랐었다. 최근에 돼서야 대구의 역사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는데 내가 모르는 역사와 그 역사를 기리는 곳이 있다는 사실에 난 나 자신을 문도 없는 방에 가두고 비난과 자책만 계속 늘어놓은 것 같다. 그만큼 나에게는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최근에 5·18 민주화운동이 40년을 맞이하였다. 각종 기념식 등을 했고 많은 소셜 미디어에 언급이 되었다. 하지만 2·28민주운동이 언급된 것은 사실상 본 적이 없다. 내가 지금까지 무심해서 있어도 보지 못했는지. 아니면 언급조차 되지 않았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결과는 지금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다만 지금 내가 그 일을 아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2·28 운동이 언제 어떻게 시작되고, 대구 학생들과 시민들이 어떻게 맞서 싸워나갔는지, 또 어떻게 그 일이 마무리되었는지. 그 사실을 내가 알고 있는지, 내 친구, 가족, 주변 사람들, 또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지. 바로 이것이 중요한 것이다. 원래 알고 있던 사람들은 그날을 기억하고 기리면서 이 일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되는 것이고, 이제 막 자세히 알게 된 사람들은 너무 자책할 필요 없이, 지금부터라도 기억하고 그분들에게 감사하면 되는 것이다. 또한 아직까지 모르는 사람들은 차차 알아 가면 되는 것이다. 이 일을 알게 된 모든 사람들은 2·28 민주운동에 힘써주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사는 것에 하루하루 소중함을 느끼면서 살면 되는 것이다. 그게 어쩌면 내가,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자 최소한의 예의다. 적어도 난 이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 또한 핑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또다시 미안한 마음과 부끄러운 마음이 내 가슴 한편에 스며든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분들은 우리에게 씨를 뿌려주었다. 정말 소중한 씨를. 그 씨가 맑은 샘물을 먹고 따스한 햇살을 받아 지금의 우리나라가 생겨난 게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최초 민주운동인 2·28 민주운동이라는 씨를 뿌리고 그 뒤 4·19 혁명을 비롯해 많은 민주운동이라는 물과 햇살을 받아 지금의 민주주의로 발전된 것 같다. 따라서 2·28 민주운동은 이 모든 것의 시작이자 출발점이다. 또한 그 당시 누군가에게는 희망,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4·19 혁명부터 시작해 모든 민주운동을 시작할 수 있었던 용기로 남아있게 되었고, 현재의 누군가에게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역사이자 잊으면 안 되는 역사로 남아있다. 이렇게 우리, 모두, 사회 곳곳 개인 곳곳에 영원히 남아있게 될 것이다. 아니, 난 여전히 그렇게 되길 빌고 있을 뿐이다. 지금은 2020년 6월과 7월의 그 애매모호한 경계를 지나 새로운 7월을 맞이하려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