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2·28민주운동 글짓기 공모 수상작-은상(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장상)
콩나물
경원고등학교 1학년 윤영석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구석에 위치해 있는 검은 물체
검은색 포대기를 두르고 있어 무엇인고 가보니
시루다. 콩나물시루.
안을 들여다보니 좁디좁은 공간에 몸을 길게 늘이는 콩나물.
너무 몸부림친 것 인지 줄로 묶어 놓았다.
물을 주고 그 아래로 흐른 물을 계속 준다. 또 준다. 콩나물은 물을 금방 흘려 내 보낸다. 물을 먹기 싫은 것일까
저렇게 물을 많이 먹으면 어떡하나 싶어 다시 안을 보니 온통 암흑뿐이다. 심지어 노랗고 생기를 보여야 하는 머리도 검은색으로 보인다. 썩은 것이 아닌가 하고 하나 집어 꺼내보니 그제서야 노란 밝은 빛내는 콩나물. 몸을 베베 꼬은 것이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아 보여 밖에 그대로 둔다.
포대를 벗기고 물을 주지 않아 볼까. 처음 보는 빛, 처음 맞이한 세상을 개척하고 싶은 마음에 생기가 돋고, 푸릇푸릇 해진 것 같다. 베베 꼬은 몸을 쭉 피듯이 살아나는 것 같지만 이내 죽어 버리고 만다.
그때도 이와 같았을까. 보통 콩나물과는 달리 시루를 뛰쳐나와 온 세상에 심어진 그들. 거리를 가득 채운 그들. 오히려 물이 없어야 살 수 있었고 빛이 있어야 살고 싶었던 그들.
비록 몸은 썩어 없어졌고 지금은 그 형태도, 심지어 그 모습을 기억 못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하늘과 땅을 보니
아름답게 수놓인 밝고 노랗게 빛나는 그들의 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