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동성로에 있는 2.28공원을 간다. 그곳에서 엄마와 음료수도 먹고, 가끔 공연도 본다. 그 공원에 있으면 왠지 모르게 편안한 느낌이 든다. 어느 날 그 공원에서 갑자기 그 공원 이름이 왜 ‘2.28공원’인지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2.28의 뜻은 우리나라의 ‘2월 28일 민주운동 기념일’이었다.

1960년, 대통령과 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승만과 자유당은 자신들의 당선을 위해 모든 불법적인 수단을 이용했다.

2.28 민주운동은 이런 배경 속에서 유세 날이었던 일요일에 학생들이 유세장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일요일에도 등교를 시켰다. 당시 학생들이 일요일에 등교해서 했던 일이 영화관람, 토끼 사냥, 자체 행사 등이었다고 한다. 학생들은 일요일 등교가 알려지자 취소를 요구했었고, 나라에 대한 반발심도 커져갔다.

1960년 2월 28일 1시경 대구의 고등학생들은 길거리로 뛰쳐나가 시위를 시작했다. 학생들이 시위를 시작하며 대구는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함성으로 뒤덮였다. 시민들까지 합세해 시위는 저녁까지 계속되었다. 이날 시위 현장에서 약 220여 명의 학생들이 경찰에 체포되었다고 한다. 또한 여러 기자들이 ‘2.28 대구학생의거’를 보도함으로써 마산, 대전, 부산, 서울 등으로 시위를 확산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자유당의 불법적인 행동은 계속됐고, 3월 15일 선거는 부정 선거로 얼룩지게 된다. 선거 도중 투표용지를 숨기거나, 누군가 불을 끄고 투표용지를 섞는 일도 있었다. 그로 인해 시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치솟았고, 결국 4월 19일 전 국민이 시위를 벌였다. 길고 긴 시위 끝에 결국 이승만과 자유당은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오게 되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살고 있는 밝고 활기찬 대구가 이러한 역사적 순간을 가지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당시 시위했던 많은 학생들 중 가장 어린 학생이 초등학교 4학년이라고 했다. 초등학생들은 정치적 이야기나 어른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었을 것이다. 주위에서 그때의 상황을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부당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시위에 간다면 내가 위험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친구들과 함께 나간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또 내가 사는 나라인데 자신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 참 답답했을 것 같다. 국민들의 답답한 마음이 모아져 시위로 번진 것 같다. 나이도 어린 학생들이 먼저 시위를 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고 용감한 것 같다. 만약 나였다면 쉽게 용기도 나지 않고 무서웠을 것 같다. 앞으로 2월 28일을 보낼 때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내야겠다.

대구에서 시작한 민주주의 시위가 전국으로 퍼져서 결국은 시민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 냈다. 그때의 노력 덕분에 지금은 우리가 우리의 손으로 대표자도 뽑고, 우리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사회가 된 것 같다. 그런 출발점에 ‘대구’가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두류 공원에는 ‘2.28민주의거 기념탑’이 있다. 또 항상 활기차고 사람들이 붐비는 동성로에는 ‘2.28기념 중앙공원’이 있다. 가족들과 동성로에 나갈 때면 2.28공원에 앉아서 그때의 학생들을 떠올리며 둘러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