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2·28민주운동 글짓기 공모 수상작-입상(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장상)
학생, 역사의 중심에 서다
새본리중학교 2학년 박상민
그날이 왔습니다. 우리가 약속했던 2월 28일. 우리는 학교에 나가야 했습니다. 선생님들은 토끼사냥, 졸업식 연습 등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우리를 학교에 가둬놓으려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야당 후보인 장면의 선거유세가 있는 날인 것을. 학교는 우리를 선거유세에 나가지 못하게 해 장면의 당선을 막고 독재하겠다는 검은 속셈을 가진 정부의 명령을 받은 듯합니다.

오늘 투쟁하기로 한 시간은 오후 1시. 아직 3시간가량 남았습니다.

“야, 오늘 학교에서 게임한다고 안 했나?”

“그러게, 왜 아무것도 안 하지.”

친구들의 말처럼 학교에서는 재미있는 게임을 하겠다고 했지만 활동은커녕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역시나, 나는 이런 사회에 대해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반드시 우리가 이 사회를 바꾸고 싶었습니다. 다 같이 투쟁을 얘기하며 어느덧 약속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만감이 교차하였습니다. 투쟁하기로 마음먹었는데 갑자기 시골에 계신 어머니가 생각난 것입니다. 시골에서 나를 위해 고생하시며 나를 고등학교에 보내셨는데 혹시나 내가 잘못되면 우리 가족은 풍비박산 난다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불안합니다. 하지만……. 하지만……. 안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나와 같은 처지인 아이들이 몇몇 보입니다. 같은 처지인 친구들을 생각하니 다시 용기가 생겼습니다.

“야들아!” 진홍이 목소리입니다. 경북고에서 시위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제 정말 시작인가 봅니다. 우리 학교에서도 시위를 시작하려 합니다.

“학원의 자유를 달라!”

“학생을 정치 도구화하지 마라!”

한마음 한뜻으로 다 같이 외치고 있습니다. 구호를 외치며 모이기로 약속한 반월당으로 이동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들이 교문을 막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나가야 합니다. 안간힘은 쓴 끝에 교문 밖으로 나간 나를 포함 100여 명은 밖에서 시위하고 나머지는 학교 내에서 시위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거리에서 계속 시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다 같이 구호를 외치니 쾌감과 함께 정의감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정치도구 같은 학교에서의 삶을 벗어던지고 자유와 책임감을 안고 가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의 목표는 단 하나, 다 같이 합세하여 시위해 민주주의를 되찾는 것, 우리는 그 뜻을 위해 더욱 목청 높여 구호를 외쳤습니다.

“학생을 정치 도구화하지 마라!”

“학생을 정치 도구화하지 마라!”

갑자기 어느샌가 경찰이 거리에 들어서 우리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고 어디론가 데려갔습니다. 정말 참담했습니다. 눈앞에서 친구들이 고통스럽게 맞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같이 놀고 공부하며 몇 년을 같이 보낸 친구들이 맞고 있으니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하지만 시위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학생을 정치 도구화하지 마라!”

준성이 목소리입니다. 아직 준성이도 잡히지 않았나 봅니다.

으윽…….

경찰이 내 배를 때렸습니다. 힘이 빠진 나는 경찰이 데려갔습니다. 눈을 떠보니 여러 명의 친구와 경찰서에 있었습니다. 평화시위를 했다고 죄 없는 학생들을 경찰서에 데려오다니……. 그래도 나와 몇 명은 잡혔지만 남은 친구들은 잡히지 않고 끝까지 시위를 해 주기를 바랍니다.

다음날인 2월 29일, 우리는 풀려났습니다.

“야들아, 잘 있었나.”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경찰들이 물러났다!”

우리가 이긴 것입니다. 나는 기쁜 마음에 친구들을 얼싸안았습니다. 한순간에 모든 노고가 씻겨 내려갔습니다.

이렇게 이틀간의 여정이 끝이 났습니다. 부디 우리가 시위의 목표로 한 독재정권 타도와 민주적인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