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2·28민주운동 글짓기 공모 수상작-입상(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장상)
2·28민주화 운동에 대한 반성
대구고등학교 2학년 정유진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기 전에는 2·28 민주운동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학교에서 가르쳐 주긴 했지만 귀담아듣지 않았다. 우리 학교의 학생들이 참여했다고 했지만, 큰 관심은 없었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2·28 민주운동 기념관이 있고, 그곳에 있는 도서관을 가끔 이용했어도 한 번도 제대로 관심을 가진 적이 없다. 이번에 글을 쓰기 위해 자세히 알아보면서 아무런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조금만 관심을 가졌다면 충분히 이 운동이 가지는 의의를 알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2·28 민주운동은 1960년 2월 28일 당국이 야당의 부통령 후보 장면의 선거유세장에 가지 못하도록 일요일에 등교 조치한 데 반발하여, 대구시 내 고등학생들이 시위를 벌인 사건이다. 이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기 전에는 2·28 민주운동이 왜 그렇게 회자되는지 잘 몰랐다. 단순히 학생들이 일요일에는 지금의 나태한 나처럼 집에서 놀아야 하는데, 학교에 오라고 한 것에 대한 일종의 ‘투정’이라고만 생각했다. 그건 나의 큰 착각이었다. 50여 년 전 학생들이 한 것은 내가 단순히 생각한 ‘투정’이 아닌 큰 의미를 가지고 행한 ‘투쟁’이었다. 내가 지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아무런 일 없이 자연스레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투쟁하고 희생하여 얻어낸 결과였다. 현재 고등학생인 나였다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다. 선생님께 저항하는 것이 두려워서, 내가 다치는 것이 두려워서, 경찰에 저항하는 것이 두려워서라는 갖가지 변명을 핑계로 나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나니 당시의 학생들이 더 대단해 보였다. 나와 같은 고등학생이었을 텐데, 분명 그들도 두려웠을 텐데 불의에 저항할 용기를 가졌다는 것이 멋있고 존경스럽다. 그때 당시의 학생들에게 어떤 마음가짐을 가졌는지 물어보고 싶다.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면 수많은 두려움을 이겨낼 용기를 가질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지금의 나는 이러한 사태가 일어났을 때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고민해보았다. 하지만 몇 번이고 생각해보아도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 머릿속으로 몇 번이고 상상해보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의 모습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한 번의 용기를 내 교문 밖에 나갔다 하더라도 나가자마자 도망가는 모습밖에 상상되지 않는다. 이런 나약한 나의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이러한 나의 모습을 반성하며, 지금이라도 나를 바꾸어 그때 당시로 갔을 때 앞장서서 저항하지는 못할지라도, 도망치지 않는 ‘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열심히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적어도 도망치지 않는 ‘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들만큼의 용기를 가지진 못할지라도, 나 스스로 부끄럼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2·28 운동이 지금의 우리나라의 국민들이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데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많은 민주화 운동이 있었지만 그 출발에는 대구의 고등학교 학생들의 용기가 있었다. 당시의 학생들이 조그만 용기들이 모여 현재의 수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게 해 주었다. 우리에게 자유를 선물해준 학생들이 고맙기도 하면서 그들이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도 든다. 민주 운동은 나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고작 나 같은 학생이 무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 글을 쓰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고작 나 같은 학생이라도 그것이 여럿 모이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앞으로 내가 살아가면서 충분히 잘못된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런 일이 생겼을 때, 불의에 무릎 꿇지 않는, 불의에 저항할 수 있는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50년 전의 고등학생들에게 존경과 감사함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