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2·28민주운동 글짓기 공모 수상작-동상(산문)
그들의 2월은 민들레, 나의 5월은 신포도
성당중학교 3학년 4반 이혜연
심부름을 하고 남은 거스름돈을 일부러 엄마에게 드리지 않았다. 엑소 앨범을 사고 싶었다. 엄마가 통화를 하고 계셔서 그냥 심부름한 물건만 전해드렸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불안했지만 큰 액수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달랬다. 이솝 우화에서 여우가 따지 못한 포도를 ‘신포도’ 일 것이라고 자기합리화 한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 ‘양심’이 있기에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거스른다면 마음의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1960년대 학생들의 마음 속 양심이 독재로부터 자유를 갈망하는 것처럼 말이다.
2.28 민주운동은 학생들이 독재 정권이라는 불의에 맞서며 일으킨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화 운동이다. 이 사건은 이후 4.19 혁명과 5.18 민주화 운동 등 수많은 민주화 운동의 불씨가 되어 대한민국의 민주화에
영향을 끼쳤다. 내가 2.28 민주운동을 공부하며 고민했던 것은 우리는 과연 완성된 민주주의 속에 살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었다. .
역사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대한민국에서의 민주주의는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짧은 기간 안에 정착되었다. 그 배경에는 2.28 운동을 비롯한 여러 노력들이 있었기 때문인데, 완전한 민주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왜 최근에는 2.28 정신을 살린 국민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많이 일어나지 않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2.28 민주운동에 대한 여러 자료들을 탐독하던 중, 사실 나는 눈물이 나왔다. 아니, 흘릴 수밖에 없었다. 눈물을 흘린 이유는 첫째, 그들의 숭고한 희생과 피 덕분에 현재 우리가 민주주의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 때문이었고 둘째, 그 시절 2.28 정신을 되새기기보단 민주화 운동의 사건 순서만을 외우기 바쁜 오늘날 학생들의 모습 때문이었다.
그러한 눈물을 통해 나 자신의 지난날을 많이 반성하게 되었다. 민족의 아픔을 단순한 정기고사를 위해 눈이 빠지도록 외우고 있는 나 자신과 내 옆의 친구들을 떠올려보면, 우리는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들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을지 많은 고민을 해보았다. 국가의 발전이나 민주주의의 발전보다는 개인의 행복과 성공이 더 가치 있게 여겨지는 시대가 되어서일까? 아니면 이미 민주화 운동을 통해 민주주의를 정착시켰다는 역사적 승리에 도취해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일까? 이러한 고민을 해보았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확신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횃불을 밝혀라, 동방의 별들아”를 한 목소리로 외치고 한 마음이 된지 59년 뒤,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눈물을 자아내는 경쟁자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과거 학생들의 눈물로 애써 써내려온 역사를 또 다른 이름의 ‘경쟁’이란 눈물로 지우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언젠가 나는, 오빠가 중학교 때 공부했던 역사 교과서의 첫 페이지를 본 적이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과거의 사건을 만나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적혀 있었는데, 예전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 뜻을 분명히 알 것 같았다. 역사는 과거의 공과(功過)를 제시함으로써 우리가 현재 자신의 삶을 성찰하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2.28 운동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그 정신을 바탕으로 선조들이 이루어낸 성과를 기억하되, 그 성과에만 머물러 앞으로 나아가려는 정신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경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28 민주운동은 인간의 도덕적, 양심적 선택의 자유를 억압하는 독재에 항거한 숭고한 역사이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아야 하며 바쁜 현실에 빠져 민족의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모두 1960년 2월의 학생들처럼 민들레 홀씨가 되어 민주주의 정신을 퍼뜨린다면, 그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민주주의를 완성시킬 수 있지 않을까?
이번 공부를 통해 나는 우리의 땅에 새로운 흉터가 더 이상 없기를 원하게 되었다. 그들이 이루어 낸 것보다는 더딜지도 모르지만, 나는 우리 모두가 그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우리나라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을 때 정의로운 국민들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 글이 마무리 되면, 나는 엄마에게 가서 사실대로 말하려고 한다. 거짓으로 내 잇속을 차리려 했던 거스름돈을 돌려드리고 상처 입은 내 양심을 회복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나와 네가 만나 두 사람이 되고, 또 다수가 되어 완전체를 이룩하면 2.28 민주운동이 지닌 ‘화합’의 민들레 정신을 후세에도 널리 계승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