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2·28민주운동 글짓기 공모 수상작-은상(산문)
어둠 속 작은 횃불
대구고등학교 이동익
2019년 2월 28일을 맞아 2·28 재현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대구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2·28 민주운동에 대해 멋도 모르고 참여한 재현 행사. 다사롭고 포근한 햇볕이 드는 봄 방학에 대체 무엇을 하러 가는 거냐며 투덜대던 나는 2·28 민주운동 재현 운동을 시작하기에 앞서 당시의 학생들의 상황을 보여주는 뮤지컬과 선언문을 낭독하는 학생들을 보며 가슴 속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가 꿈틀대는 것을 느꼈다. 2·28 민주운동이란 1960년 2월 28일 대구의 고등학생들이 장기 집권을 위한 부패한 이승만 권위주의 정권이 국민들의 인식 변화와 선거에서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해 학교와 학생들을 정치적 도구로 삼아버린 것에 분노한 학생들이 이를 거부하고 교문 밖으로, 거리로 뛰쳐나와 이승만 정부의 부정을 규탄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역사에서 가지고 있는 의미는 무엇인가? 다시 말하면 우리가 이 일을 주목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2·28 민주운동은 대규모의 군중들이 참여한 운동도 아니었고, 오랫동안 지속되지도 않았으며, 치열하게 투쟁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것을 주도한 학생들은 약하고, 어리며 무분별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강하고, 어리석지 않으며 용기 있다. 총을 든 군인이 아닌 책을 든 학생들이 단지 우리나라만을 위해서 몸을 날렸다는 사실에, 그 커다란 혁명의 뿌리가 바로 이곳, 내가 나고 자란 대구라는 사실에 자부심과 존경심을 느꼈다. 나도 또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19살의 학생이기에 나와 그들을 비교하여 생각하니 침묵을 지키는 나의 모습에 부끄러움과 수치스러움에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모든 공연이 끝난 후 거리 행진을 하는데 시내를 돌아다니며 수 없이 지나쳤지만 단 한 번도 주의 깊게 보지 않았던 2·28 기념비 속의 ‘학생’이라는 두 글자가 내 눈을 사로잡았을 때, 내 가슴 속에는 흙과 먼지로 해진 교복을 입었지만 그 어떤 이보다 의지로 빛나는 눈동자를 지닌 채 거리를 행진하는 그때의 학생들의 모습을 떠올라 형용할 수 없는 떨림과 사명감을 느꼈다.
사회가 잘못되어 가고 있을 때 우리는 잘못되어 감을 알지도 못한 채 그대로 따라가기도, 잘못됨을 알면서도 자신에게 피해가 갈까봐 아무 말 없이 침묵하기도 한다. 이런 암흑 속에서 ‘첫 번째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그들은 두렵지 않았을까? 무섭지 않았을까? 허나 고등학교 학생들이 두려움을 떨치며 일어선 것이었다. 그들의 선도, 용기를 떠올리며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도 알아서 흘러가겠지,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결정이라 생각하며 소극적으로 방관했던 내 모습들이 스쳐 지나가며 내 가슴 속 불씨는 되살아났다.
조그마한 불씨는 횃불이 되어간다. 나는 당당히 선언문을 낭독하고 학생들이 교문을 뛰쳐나오는 순간을 마음속으로 그린다. 그 가슴 뛰는 순간을, 시대를 넘어 느껴지는 그들의 마음 속의 횃불, 선도와 용기를 가지고 당당하게 사회에 말하는 내 모습을, 또 달라질 사회를 그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