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2·28민주운동 글짓기 공모 수상작-은상(산문)
1960.02.28, 그 날의 함성이 내 가슴에 메아리치다!
경북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 이성준
2019년을 살고 있는 나는 대한민국의 입시전쟁에 막 발을 내디딘 어엿한 17살의 학생이다. 경북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에 입학해 정신없이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다. 학교 수업시간에 눈에 불을 켜고 집중하랴, 생기부 관리를 위해 각종 교내 대회 및 행사, 봉사,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랴, 또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기 위해 늦게까지 학원 문을 두드리랴, 하루가 48시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바쁘다. 그 바쁜 와중에도 나는 가끔 2.28 민주화 공원을 지나곤 한다. 그리고 문득 생각한다. 지난 해 겨울 헌혈 캠페인을 하며 손을 호호 불었던 추억과 함께 이 공원을 지날 때마다 가슴 속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오는데 그 이유를 말이다. 그것은 아마도 겉으로 보기엔 한없이 평화로운 이 2.28 기념 공원이 왜 민주화 공원인지를 곰곰이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1960년, 그때 그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2.28 민주화 운동의 현장 속에 빠져든다.
2.28 민주화 운동은 1960년 2월 28일, 3.15 대선을 앞두고 이승만 정부와 자유당의 독재에 항거하여 대구시에서 일어난 학생의거이다. 그 당시 이승만 정부, 즉 자유당이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정당하지 못한 일을 저지르게 된다. 토요일은 여당인 자유당의 연설이 있는 날이라 대구 시내 각급 학교에 단축수업을 실시하게 한 반면 일요일은 야당인 민주당의 연설이 있는 날이었는데, 말도 안 되게 강제등교를 지시했다. 누가 봐도 너무 속보이는 속내를 드러내었다. 야댱의 연설을 듣지 못하게 하려는 너무나 노골적인 속내 말이다. 이에 부당한 처사라고 생각한 대구의 학생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백만 학도여, 피가 있거든 우리의 신성한 권리를 위하여 서슴지 말고 일어서라. 학도들의 붉은 피가 지금 이 순간에도 뛰놀고 있으며, 정의에 배반되는 불의를 쳐부수기 위해 이 목숨 다할 때까지 투쟁하는 것이 우리의 기백이며, 정의감에 입각한 이성의 호소인 것이다.’, ‘횃불을 밝혀라! 동방의 별들아!’, ‘ 학생들의 인권을 옹호하라!’라는 문구를 내세우며 학생들이 앞서서 시위를 했다. 우리학교를 포함한 8개의 고교학생들, 1,200여명의 학생이 시위에 참가했으며,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 곤봉에 마구 구타당하며 120명이 경찰에 체포되기에 이른다. 1960년 당시 이런 목소리를 내며 시위를 벌인다는 것은 그 때 당시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바로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다. 얼마나 떨렸을까? 만약 내가 이들이었다면 목숨 걸고 나의 목소리, 우리들의 목소리를 당당히 내는 이런 시위를 할 수 있었을까?
이런 2.28 민주화 운동은 나에게 큰 깨달음과 교훈을 준다. 무언가 부당하다고 느낄 때 목숨을 걸고 그것을 지킬 수 있는 강인한 강단과 용기를 말이다. 이어 이 시위는 우리 대구에서 시작하여 대전을 거쳐 전국으로 확산되게 이른다.
자, 그럼 여기서 한 가지! 과연 이 시위는 학생들의 시위에 그치고 말았을까? 학생들만 참여하였을까? 단언컨대 답은 ‘아니오’ 이다. 비록 학생들이 이승만 정권의 부당한 독재에 반기의 목소리를 내어 일어선 것이 사실이지만 그 시대의 기성세대들과 언론들도 이 민주화 운동이 정당하다고 생각했고 알게 모르게 같이 동조했다. 경찰에 쫓기던 학생들을 자신의 자식처럼 여겨 따뜻하게 숨겨주는 시민들이 있었고, 신문기자들도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이 위험한 상황에 이 2.28 민주화 운동의 정당성을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2.28 민주화 운동은 대한민국정부 수립 이후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운동으로서, 이어 3.15 부정선거에 항거하여 일어난 4.19혁명의 시발점이 되고, 이후 대한민국 현대사에 있어 민주화 역사의 정신적 지주로 자리 잡는다.
오늘도 2.28 민주화 공원을 지날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평소에 나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라면 다소 부당하다는 생각이 드는 상황에서도 나에게 돌아올 뒷감당이 무서워 그냥 침묵했었던 수많은 순간들을 말이다. 그리고 심지어 내 이득을 위해서라면 나 자신도 부당한 잘못을 속속 저지르기도 했다. 참 비굴하고 부끄러운 순간들이다.
‘사사로운 나 개인의 이득에 얽매여 내 마음 속의 양심과 싸워가며 저질렀던 수많은 나의 과오들이여...’
나와 같은 어린 나이에 이렇게 목숨 걸고 민주화를 위해 시위를 한 우리 학교 선배님들에 비하면 난 한없이 작아진다. 그리고 2.28 민주화 운동을 통해 나는 참 묵직한 인생 교훈을 배우고 다시 새롭게 태어난다.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양심’에 따르는 진솔한 인생을 살아가야 함과 무언가 부당한 것이 있을 때는 사사로운 것 보다는 더 큰 대의를 위해 작은 것을 포기할 줄 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중학교 때 기말고사를 마치고 친구들과 ‘1987’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2.28 민주화 운동과 마찬가지로 1980년대 우리나라의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였는데, 중학교 사회 시간에 민주화 항쟁으로 대표되는 우리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배우던 시점이라 더욱 더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그 때 그 시절, 민주화가 뿌리 내리기 위해 몸서리치던, 그 어려웠던 시절에 내가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오늘날 내가 민주주의가 아름답게 꽃 핀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안락하게 자유와 권리를 맘껏 누리며, 맘 편히 공부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 내가 당연하게 여기며 누리는 이 민주주의의 혜택이 거저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안다. 모두 다 그 분들의 숭고한 희생과 투쟁 덕분이었으리라...
1960.2.28, 그 날의 함성이 내 가슴에 벅차도록 메아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