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2·28민주운동 글짓기 공모 수상작-입선(산문)
계승 (繼承)
성광고등학교 3학년 김건우
언제나 그랬듯, 따뜻한 햇살과 함께 아침을 맞이한다.
늘 그랬듯, 잠은 언제나 부족하다. 5분만 더 자면 참 좋을텐데 라는 생각도 잠시 엄마의 아침 식사 준비 소리에 몸이 습관적으로 반응한다. 얼른 일어나야 한다. 지금 다시 눈을 감으면, 분명 엄마의 따뜻한 격려(?)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아직 잠이 깨지 않아서, 밥맛은 없었다. 하지만, 엄마가 정성스럽게 챙겨준 아침을 어찌 먹지 않고 갈 수 있을까? 어느새 나는 학교를 걷고 있다. 늘 똑같은 풍경이지만, 오늘은 무언가 다름을 느낀다.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에 평소와 다른 힘이 느껴지고, 들이 마시고 내 쉬는 숨에도 어떤 다른 무언가가 묻어난다.
어제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평소와는 다른 일정을 소화했다. 평소라면 공부한 내용 정리와 단어 암기를 하고 잠이 들겠지만, 달력에 표시해 둔 일정을 보고, 책을 덮고 글을 쓰기 위해서 책상을 정리한 후, 다시 자리에 앉았다.
어떤 TV 프로그램에서 송골매에서 밴드 활동을 했던 라디오 DJ가 이런 말을 했다. 그 시절에 나는 왜 그 행렬에 동참하지 못했는지, 그 사람들에게 평생 빚을 지고 있는 기분이다. 그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 날의 사건이 그 사람의 무의식을 잠식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었다. 그러던 중, 제 19회 2.28 민주운동 학생 글짓기 대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 뜻깊은 행사에 자랑스런 대구의 학생으로서 참여하기 위해서 달력에 표시를 해 둔 터였다.
천천히 그 날의 상황을 읽어 보았다. 한 줄 한 줄 그날의 행적들을 살펴보는데, 자꾸 눈시울이 붉어지는 바람에 쉽사리 글을 읽어 내려갈 수 없었다. 끊임없는 공부의 피로 속에 차가워진 내 심장이 조금씩 뜨거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강압적으로 우리의 교문을 걸어 잠구고 억지 세뇌 교육을 시켰다. 그들의 억압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 그 날의 학생들은 교문을 넘어 뛰기 시작했다. 학생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이뤄진 무수한 폭력들로 인해 피 흘리고 쓰러진 학생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더 큰 저항을 불러 일으켰다. 그들에 대한 두려움으로 움츠러 있던 사람들이 가슴 속에서 일어나는 분노를 거리 밖으로 표출하기 시작했다. 이 민주화 운동을 기점으로 4.19 혁명이 일어나고 이승만 대통령이 대통력 직을 내려놓게 되었다.
온 몸에 전율이 흐른다.
나쁜 사람들에 대한 분통함과 그 상황에서 자신을 내 던졌던 그들에 대한 존경심으로 마음이 가득 찼다. 그날의 역사적 배경과 행적들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내 마음은 이런 생각으로 가득 찼다.
왜 그랬을까?
누가 그들에게 그런 것들을 가르쳤을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수도 있다고 누가 가르쳤을까?
분했다.
왜 이제서야, 2.28 민주 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지정이 되었는지,
누구일까?
존경받아 마땅한, 그들의 고귀한 희생을 역사에 남기려고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한, 아마 또 이러한 일들이 대한민국에 일어날 것이다.
그러면 나는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걸까?
지금 하고 있는 공부라는건, 도대체 왜 해야 하는걸까?
복잡해지는 머리를 식히고자 침대에 누웠다가 스르륵 잠이 들었다.
꿈 속에서 나는 1960년 2월 28일에 현장에 다녀왔다.
분명 나는 그들과 같이 교문을 박차고, 마음속 깊은곳에 숨겨둔 분노를 표출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내가 내딛는 힘찬 걸음과 벅차게 내쉬는 숨에도 그날의 흔적이 남아 있다.
우리를 억압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굴하지 않았던, 고결한 그들이 내 뱉었던 숨과 땀이 분명 나에게도 흐르고 있다.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나쁜 사람들은 내가 살아가는 시간에도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적어도 나와 만나고 함께하는 사람들에게는 분명히 전해줄 것이다. 그 날의 나쁜 사람들의 잘못과 고결한 사람들의 희생에 대해서......
나는 끝없이 저항할 것이다.
우리를 통제하려는 그들보다 더 현명해 질 것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쉽게 해칠 수 있는 사람들에게서, 우리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지금 내 앞에는 그들과 맞서 싸울 수 있는 교과서와 펜이 놓여져 있다.
창 밖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눈부신 따뜻한 햇살이 우리를 감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