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즈음 나는 무엇을 하든 의욕이 없고 열정도 떨어질 때가 많다. 나는 종종 그런 기분이 들 때면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찾아보곤 한다. 백범 김구나 유관순 같은 자주적인 독립운동가들의 당당한 모습을 상상하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뭔가를 할 힘이 솟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나는 독립운동가들의 투쟁에 대해 알아보던 중 자유를 향한 우리나라의 또 다른 운동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승만과 이기붕의 장기 집권을 위해 인위적으로 표수를 조작했던 3.15 부정선거에 대항한 4.19 혁명이었다. 4.19 혁명 또한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만큼이나 흥미로웠기 때문에 4.19 혁명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아보기 시작했고, 4.19 혁명의 불씨가 되었던 운동이 내가 사는 이곳, 대구에서 일어났다는 것을, 그것도 학생들이 주도한 2.28 민주운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1960년대,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은 어두웠다. 이승만과 이기붕이 속한 자유당은 그 두 후보를 각각 대통령과 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불법적인 행동까지 아무렇지 않게 말이다. 자유당은 어떠한 수단을 써서라도 민주당의 유세장에 사람들의 모임을 막기를 원했다. 그들은 특히 고교생들은 정치에 민감하니 고교생들의 출입도 막자고 제안했다. 장면의 유세장에 학생들을 출입시키지 않게 하기 위해서 정부는 대구의 8개 공립학교에 조기중간고사, 영화관람, 토끼사냥 등의 명분으로 일요등교 지시를 내렸다.

일요 등교령을 들은 학생들은 그것이 자유당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것임을 알아차렸고, 자신들이 정치적 도구가 되는 것에 불쾌감을 느꼈다. 그들은 학교에 이에 대한 항의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2월 27일 오후 경북고 이대우 학생부위원장의 집에 경북고, 대구고, 경북대사대부속고의 학생들이 모여 상호 연락망을 구축하고 데모를 위한 결의문을 작성했다.

그리고 2월 28일 낮 12시 55분 , 경북고 학생부위원장 이대우 등의 학생이 학교 조회대에 올라가 드디어 결의문을 낭독했다. ‘백만 학도여, 피가 있거든 우리의 신성한 권리를 위하여 서슴지 말고 일어서라. 학도들의 붉은 피가 지금 이 순간에도 뛰놀고 있으며, 정의에 배반되는 불의를 쳐부수기 위해 이 목숨 다할 때까지 투쟁하는 것이 우리의 기백이며, 정의감에 입각한 이성의 호소인 것이다.’

낭독을 마친 학생들은 마침내 교문을 뛰쳐나와 경북도청으로 향했다. 경북도청에 도착한 학생들은 대구고 학생들을 필두로 내두시위를 벌이기 시작하였다. 시위대는 중앙통 매일 신문사와, 경북도청, 대구시청, 자유당 경북도당사 등을 돌며 그들의 불의에 대해 강하게 저항했고 경찰들은 시위대를 구타했다. 잔혹한 진압 속에도 시위대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대구 시민들 또한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을 경찰의 보복으로부터 보호해 주고, 박수를 치며 함께 시위에 동조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대구는 하나가 되어 민주주의를 위한 걸음을 한 발짝 내딛을 수 있었다. 이 날, 약 220여 명의 학생이 경찰에 붙잡혔고 교사들도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 운동은 이승만의 독재 아래, 주저했던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었고 3.15 마산의거와 4.19 혁명으로 향하는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되었다.

학생들의 의로운 행동은 국민들의 숨어있던 자유를 향한 열망을 다시 되살리게 하였고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자유민주주의공화국의 기틀을 마련했다. 민주주의를 위해서 학생들이 주도한 최초의 운동은 2018년 드디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다. 2·28은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뿌리로서 학생뿐만 아니라 국민적 지지를 받으며 전국적으로 퍼져나간 민주주의 실천 운동이었다.

어른들도 하지 못한 일을 학생들이 가장 먼저 들고 일어난 것이 나는 아직도 신기하다. 그러는 동시에 ‘나는 현재 나의 삶을 위해 투쟁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이 생겼다. 나의 자유와 미래를 향한 투쟁. 이 투쟁을 위해 이제 작은 것들부터 고쳐 나가려고 한다. 나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이때와 같은 열정과 용기를 회복했으면 좋겠다. 그때의 타오르는 투지와 열정이 있다면 현재의 학생들은 자신과 우리 사회에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